"코로나 2년 겨우 버텼는데, 인플레로 폐업"…분식집 金사장 '눈물'

입력 2022-04-25 17:27
수정 2022-04-26 01:10

서울 성동구에서 10년 동안 분식집을 운영해온 김모씨(49)는 33㎡(10평)짜리 점포를 최근 중개업소에 내놨다. 떡볶이와 튀김을 1만원에 팔아도 재료비, 배달비, 인건비가 크게 올라 손에 쥐는 게 없었다. 그는 “지옥 같던 코로나19 사태를 2년 넘게 버티면 좋은 시절이 올 줄 알았는데,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의 습격’에 고통받는 건 김씨뿐만이 아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식자재값 폭등, 금리 인상, 인건비 상승이라는 3중고에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거리두기 규제가 사라진 지금에 와서 폐업을 고려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거리두기 끝나니 인플레이션 25일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식당에서 많이 쓰는 드럼식용유(오뚜기 식용유 18L) 최저가는 이날 기준 5만6060원으로 석 달 전인 1월 말 4만9530원에 비해 13.2% 올랐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최저가 3만7800원에 비해선 48.3% 급등했다. 업소용 밀가루 가격도 오르고 있다. 20㎏짜리 CJ제일제당 강력분 최저가는 2만원을 돌파해 6개월 새 17.6% 올랐다.

김씨 분식점의 경우 1만원어치 음식을 팔 때 지난해까지는 재료비가 3000원가량 들어가던 것이 최근엔 4000원 이상으로 뛰었다. 김씨는 “주문의 절반은 배달이 차지하는데, 수수료를 포함해 평균 배달비가 건당 4000~5000원가량 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임대료 월 160만원과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를 주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실상이 이렇다보니 서울 마포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씨(38)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치킨을 미리 튀겨놓고 직접 배달을 뛰기도 한다. 박씨는 “배달앱에 공개된 무한 가격 경쟁 때문에 치솟은 원재료비를 판매가에 반영할 수도 없고, 옆 상가에 경쟁 점포까지 생겨 우울증이 왔다”고 토로했다.

손님이 많이 찾는 일부 유명 식당을 제외한 동네 음식점들은 가격 주도권이 없어 인플레이션에 더욱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곧바로 반영했다가는 외면받기 십상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점업 개업은 10만7386건으로 전년에 비해 3.1% 늘었지만, 폐업 역시 8만3577건으로 2.2% 증가했다. 금리·배달료·인건비 부담까지최근 대출금리 상승도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909조원으로 1년 전보다 13.2% 증가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32.7% 급증했다.

용산구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35)는 “코로나가 덮칠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2019년 창업했다가 3년째 대출에 허덕이고 있다”며 “대출금리가 올 들어 급격히 상승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했다.

최씨는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도 부담스러워 혼자 주방과 카운터를 맡고 있다.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은 지난해 시간당 8720원에서 올해 9160원으로 5% 인상됐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업주들의 어려움이 올해 내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 결정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15㎏짜리 롯데푸드 정제팜유 최저가는 이날 4만5470원으로 석 달 새 7% 상승했다. 이용선 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음식점업은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에 따른 매출 회복 지연과 금리 인상에 직면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수익성이 악화해 재무적 위험도가 높은 소상공인이 많기 때문에 신용 상태에 따라 폐업 지원과 대출 상환시기 분산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수정/한경제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