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원·달러 환율이 2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달러당 1249원90전을 기록했다. 장중 1250원이 깨지기도 했다.
최근 환율이 치솟는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정책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하는 등 공격적인 긴축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도 겹쳤다. 지난 1분기 무역수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며 자본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급격한 환율 상승은 외국 자본 이탈과 기업들의 외화부채 증가 등 충격파를 몰고 온다. 환율 상승이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최근 환율 수준은 득을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실이 많다. 특히 수입물가 급등과 글로벌 원자재 부족이 겹치면서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게 산업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속절없는 원화 약세에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움켜쥐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환율의 고삐를 죌 정책 수단이 제약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 제재를 받는 환율조작국의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라 있다. 정부가 대놓고 환율시장에 개입하거나 과도한 구두 개입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문제를 푸는 열쇠 중 하나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비해 국내 기업 및 가계가 보유한 달러 예금은 870억달러(약 100조원)를 웃돈다.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의 운용 시기만 효과적으로 조절해도 환율조작 후보국이란 감시의 눈초리를 합법적으로 피하면서 과도한 환율 급등락을 제어할 수 있다.
지금 같은 환율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당국이 적절한 선에서 원화 가치를 방어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고 시장에도 강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종료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재개도 서둘러야 한다. 기축통화국과의 통화 협력은 언제나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