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프디엔씨, 멸종위기 식물 되살렸다

입력 2022-04-25 17:22
수정 2022-04-26 00:47
국내 바이오벤처가 특정 식물을 완전히 똑같이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을 보호하고 희귀 식물을 대량으로 키워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극지연구소와 함께 노르웨이와 북극점 중간 지점에 있는 스발바르제도에 서식하는 식물 3종을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스발바르제도는 면적의 60%가 빙하로 뒤덮여 있어 식물이 생존하기엔 척박한 지역이다. 바이오에프디엔씨가 복제한 식물은 이 지역에 있는 북극별꽃, 북극이끼장구채, 북극점나도나물 3종이다. 이 중 북극별꽃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 가능성이 크다고 분류한 식물이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이들 북극 식물의 잎을 채취해 세포주를 설계했고, 이를 통해 뿌리 잎 줄기로 분화할 수 있는 식물세포를 얻어냈다. 세포주 설계에만 2년 반이 걸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동물로 치면 각종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의 ‘설계도’를 그려내고, 이를 통해 실제 동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모상현 바이오에프디엔씨 대표는 “북극 식물의 세포주를 배양해 새로운 식물 개체를 만든 건 세계 최초”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식물 복제는 씨앗을 발아시키는 형태로 이뤄진다. 모 대표는 “식물 씨앗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을 수 있고, 종자로 복제하는 경우 발아가 안 되는 사례도 있다”며 “세포주 설계를 통해 식물세포를 배양하면 바이러스 없는 무결점 개체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식물세포주 대량생산 기술도 확보했다. 식물세포 하나는 직경이 40㎛로, 손톱만 한 크기에 세포 1000만 개가 들어가 있다. 세포 하나하나가 개체가 되는 만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완전무결’한 식물세포를 얼려 보관하는 식물세포은행을 구축하고 있다. 영하 196도에서 식물세포주를 동결 보존하고 필요할 때 해동하는 기술이다. 바이오에프디엔씨 관계자는 “멸종위기 식물 복원 연구는 식물 기초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미래 식량자원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