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생명보험업계에 종신보험 등의 보험료 산정 체계를 점검하라고 요구했다. 금리 인상에 따라 최근 자동차 보험과 암보험, 어린이보험 등의 보험료를 낮춘 손해보험업계에 이어 하반기께 생명보험사 보험료를 낮추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생명보험업계는 ‘손해보험업체들과 상황이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생명보험협회 등을 통해 각 생명보험사에 보험료 산출체계의 합리적인지를 자체적으로 점검해달라고 요청했다.
생명보험사들은 2019년부터 작년 초까지 저금리를 이유로 보험료를 10~20% 가량 인상했다. 자산 운용 수익률이 낮아지자, 보험료를 산정할 때 활용하는 예정이율을 업체별로 두세차례 내려 월 보험료를 높였다. 예정이율은 장기 보험 계약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적용하는 이자율(할인율)다. 예정이율을 올리면 보험료가 낮아지고, 낮추면 보험료가 올라가는 효과가 난다. 삼성, 교보, 한화생명 등 주요 보험사의 예정이율(종신보험 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연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0.5%에서 1.5%까지 올린 가운데 보험사들의 자산 운용 여건이 나아져 보험료를 낮출 요인이 생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사와 만난 자리에서 인하요인이 있는 보험 상품을 점검해보라는 차원”이라며 “금융상품 가격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게 맞지만, 산정 과정은 합리적이어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들은 이달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올리면서 자동차보험과 어린이 보험, 암보험 등의 보험료를 10% 안팎으로 낮춘 바 있다.
이에 생명보험사들은 ‘손해보험업계와 상황이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다. 손해보험사가 취급하는 자동차보험의 만기는 1년이다. 장기 보험도 생명보험사 종신보험보다 만기가 짧을 뿐더러 손해보험사와의 종신보험 처럼 주력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장 기간이 긴 생명보험에는 시장 변화를 즉각 반영할 수 없다”며 “단기 금리의 변동성은 이미 공시이율에 반영해 소비자들의 변동금리 보험 상품을 택한 소비자 보험금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보험사들은 지난 1년 새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등을 활용해 매달 결정되는 공시이율을 0.15%포인트(보장성)~0.3%포인트(연금저축) 높인 연 2% 중반으로 책정하고 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암보험, 어린이 보험 등은 책임 준비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보험료 인하를 통한 마케팅의 여지가 있지만, 생명보험사 종신보험은 초장기 보험이다보니 보험료를 보수적으로 책정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