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만달러를 주고 산 새집에 지난 4년 동안 700개가 넘는 골프공이 날아들었다. 공포에 질린 집주인은 골프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마침내 이겼다. 국내에서도 골프장 주변에 주택을 짓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보스턴글로브는 24일(한국시간)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카운티 고등법원이 인디언폰드CC 15번홀 인근에 거주하는 텐자르 가족에게 정신적인 충격에 대한 보상으로 350만달러, 판결 전까지 누적된 이자 140만달러를 포함해 총 490만달러(약 61억2000만원)를 지급하라고 골프장 측에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딸 셋이 있는 텐자르 부부는 2017년 75만달러를 주고 인디언폰드CC 15번홀에 붙어 있는 새집으로 이사왔다. 골프장이 보이는 ‘꿈에 그리던 집’이었다. 남편 에릭 텐자르 씨는 보스턴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골프장 옆에 있는 집을 사면서 ‘골프공이 날아들 것을 생각 못했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그저 우리는 이 집이 좋았고, 보자마자 곧바로 계약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공이 집에 날아들 때마다 ‘총소리’가 들렸다”며 “유리 파편이 집안으로 날아들었고, 수영장에도 공이라고 부르는 총알이 날아들었다. ‘드림 하우스’는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다”고 전했다.
텐자르 가족이 곧바로 소송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아니다. 전문가를 불러 그물망 설치에 대한 견적을 받았으나 “골프공을 막을 만큼 높게 설치하지 못한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골프장 쪽에 연락했고 경찰까지 불렀으나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텐자르 씨는 “골프장 측에서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골프장은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2001년에 지은 인디언폰드CC는 텐자르 가족이 사는 집이 지어지기 16년 전에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공이 날아드는 위치에 집이 생길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 또 골프장이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텐자르 가족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인디언폰드CC 담당 변호사는 “골프장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며 “골프장 설계자를 직접 불러 피해자 가족에게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고 강조했다. 골프장 측은 곧바로 항소할 뜻을 밝혔다.
미국에선 이번 사건이 1994년 ‘맥도날드 커피 소송 사건’만큼이나 화제가 되고 있다. 스텔라 리벡이란 여성 손님이 맥도날드에서 뜨거운 커피를 주문했다가 허벅지에 이를 쏟아 3도 화상을 입은 사건이다. 당시 리벡 씨는 2만달러의 치료비와 커피 온도를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 리벡 씨는 당시 치료비로 800달러를 준비했던 맥도날드와 소송전 끝에 약 60만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