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반대가 비등해지면서 정치권 기류도 바뀌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은 입법 추진에 무리가 있다는 여론과 각계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오늘 최고위원회에서 추진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하면서 합의 파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도 묘하다. “일련의 과정을 국민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잘 지켜보고 있다” “취임 후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말이 검수완박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안철수 위원장도 국민 분노를 언급하며 충분한 공론화를 요구했다. 대검도 저지 총력을 공언했고, 대한변호사협회는 오늘 검수완박법 문제점을 지적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한다.
여야의 합의에 대해 이렇게 비판과 반대가 커지는 것은 모순과 허점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합의 내용을 보면 기우가 아니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에 남은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수사권 중 부패와 경제만 빼고 나머지는 4개월 뒤부터 경찰이 최소 1년6개월 동안 수사를 맡게 된다. 경찰의 과부하 우려가 진작부터 나온 마당에 수사 적체가 더 심해져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범죄자에게만 숨 쉴 틈을 주는 꼴이 될 것이다. 경찰의 수사 역량도 미덥지 못한 게 현실이다. 벌써 고도의 전문 수사기법이 필요한 증권·금융범죄가 활기를 띨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경찰의 과잉·부실 수사 견제 방안도 안 보인다.
위헌 소지도 있고, 권력형 범죄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여야는 답을 내놔야 한다. 공소시효가 6개월밖에 안 되고, 정치권 외압이 강한 선거사범 수사를 경찰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치인들이 발을 뻗고 잘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국민 피해는 나 몰라라 하고, 정치인들에게만 든든한 ‘방패’를 쥐여주는 셈이다.
이 모든 후유증에 대해 야합의 주체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그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되돌리는 게 낫다.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독소 조항을 걷어내는 등 보완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어제 “선거와 공직자 범죄를 사수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으나 뒤늦게 면피용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