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만드는 전기비행기…"차로 50분 거리 7분 만에"

입력 2022-04-24 17:24
수정 2022-04-25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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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의 중심 도시 샌타클래라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10분(약 116㎞) 정도 달리면 마리나시립공항이 나온다. 1994년까지 미국 육군의 군사 시설이었지만 지금은 미국 도심항공교통(UAM)업체 조비 에비에이션의 공장과 연구소로 활용되고 있다. 로봇이 만드는 UAM지난 21일 방문한 조비 마리나 공장에선 회사 주력 제품인 ‘전기 수직이착륙 비행체(eVTOL)’ 제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3m가 넘는 길이의 로봇 팔이 탄소섬유를 조합해 비행체 날개를 만들고 있었다. 기체 부품에 물을 뿌리며 초음파로 안전성을 검사하는 로봇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조비는 전 세계 UAM용 비행기 제조 업체 중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AM은 ‘하늘을 나는 택시’로 불리는 차세대 운송 수단이다. 조비에 따르면 미국 뉴욕 도심에서 JFK국제공항까지 차로 49분 걸리는 거리를 eVTOL을 타면 7분 만에 갈 수 있다.

조비의 eVTOL은 2019년 전 세계 최초로 미국 항공운항국(FAA)의 2단계(G-1) 승인을 받았다. 2023년 FAA 최종 승인을 받고 2024년 미국에서 UAM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엔 뉴욕증시에 상장해 약 13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조달했다.

조비가 FAA 인증 경쟁에서 앞서 있는 건 뛰어난 안전성 덕이다. 조비 eVTOL은 전기 엔진으로 돌아가는 여섯 개의 프로펠러를 통해 움직인다. 각 프로펠러엔 예비 모터와 인버터가 장착돼 있다. 또 복수의 배터리팩에도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갑작스러운 엔진 고장에도 상당 거리를 운항할 수 있다.

저스틴 랭 조비 전략·대외협력 담당 헤드(부사장)는 “동력이 분산돼 있기 때문에 모터나 배터리에 문제가 생겨도 추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비는 10년간 1000번 이상의 비행 테스트를 완료했다.

한 번 충전으로 240㎞ 비행실용성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조비 eVTOL은 1회 충전으로 네 명의 승객을 태우고 최대 시속 322㎞로 약 240㎞를 비행할 수 있다. 가볍지만 질긴 탄소섬유로 비행체를 만들어 중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조비에 따르면 eVTOL의 탄소섬유 비중은 98%에 달한다.

기자는 이날 조비가 eVTOL 조종석과 똑같게 만든 시뮬레이터를 체험했는데, 헬리콥터처럼 하늘 방향을 향해 돌던 6개의 프로펠러가 시속 60마일을 넘어가자 비행기처럼 전방을 향해 돌아갔다. 비행 환경에 맞춰 전력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설계다. 에릭 클라식 엔지니어는 “이륙이나 착륙 때 속도를 제한하는 ‘TRC’ 모드와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크루즈 컨트롤 등으로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소음도 크지 않다. eVTOL의 소음은 65db(데시벨) 수준이다. 헬리콥터(150db)와 격차가 크다. “오히려 도서관(40db)과 비슷하다”는 게 조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랭 헤드는 “조비가 직접 제조하는 전기모터는 타사 제품의 세 배가 넘는 추진력을 내면서도 조용하다”고 말했다.

UAM 글로벌 시장은 2023년 약 7조6000억원에서 2040년 약 7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간 우버가 7500만달러, 도요타가 4억달러를 조비에 투자했다. 한국 기업 중에선 SK텔레콤이 지난 2월 조비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2025년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인 UAM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동통신산업에서 다져온 SK텔레콤의 서비스 노하우에 조비의 기체 제조 기술, 한국공항공사의 인프라 역량 등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하민용 SK텔레콤 최고개발책임자(CDO)는 “SK텔레콤이 UAM 종합 플랫폼 제공 업체 역할을 할 것”이라며 “효율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해 UAM 이용 비용을 낮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나=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