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슈에 묻히긴 했지만, 지난 22일 주목해야 할 뉴스가 있었다. 한국갤럽이 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2%까지 하락했다. 전주보다 8%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포인트 상승한 45%로 나타났다. ‘인사’(26%), ‘대통령 집무실 이전’(21%), ‘독단적·일방적’(9%) 등이 부정평가 이유로 조사됐다.
윤 당선인의 취임 전 지지도는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의 주변에선 “밑에서 출발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제는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갸우뚱’하는 국민이 늘면서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참신함 부족한 첫 내각 면면낮은 지지도의 근저엔 초박빙으로 승부가 갈린 대선 결과가 있다. “아직도 마음을 열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허니문’ 기간도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도 윤 당선인은 ‘대선의 추억’을 즐기는 듯하다.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지역을 찾아가 ‘어퍼컷 세리머니’를 재연하고, 스스로를 특정 지역의 아들로 칭한다.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적절한 언행이었을까.
더 큰 문제는 역시 인사였다. 첫 조각에서 새로운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내각과 대통령 비서실 인선은 참신함과 거리가 있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김대기 비서실장 내정자…. 모두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능력과 경륜은 몰라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기대하기엔 부족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도가 ‘파격 기용’으로 꼽히지만, 참신한 발탁이라기보다 의외의 인사일 뿐이다.
윤 당선인은 자신과 인연이 있는 ‘아는 사람’도 여럿 기용했다.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대선 캠프에서 교육 정책을 설계한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역시 당선인이 낙점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정 후보자는 자녀 관련 의혹이 잇따르면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도 꼬리에 꼬리를 문다. 대통령 비서실 주요 포스트에는 검찰에서 함께 일한 인사들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인선 발표가 일단 미뤄졌는데, 아는 사람을 측근에 두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윤의 픽'엔 더 혹독한 검증을‘윤의 픽(pick)’이라고 해서 쓰지 말란 법은 없다. 당선인이 점찍은 인사를 철저하게, 오히려 더 혹독하게 검증할 시스템이 작동하느냐가 관건이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민 눈높이는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조국 수사’를 계기로 대선 주자로 올라서 대권을 잡은 윤 당선인이 큰 역할을 했다. 이제 혹독한 검증은 임기 내내 당선인을 따라다닐 업보가 돼 버렸다.
기대할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청와대 직속으로 설치할 민관합동위원회, 각 부처 차관, 공공기관 인사다. 특히 해외 교포까지 포함한 민간 인재를 적극 기용해 실질적 권한을 주기로 한 민관합동위 구성이 주목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에만 문의해봐도 고국에 기여할 생각이 있는 해외 인재 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대선 유세에서 “저는 정치 신인이지만 누구에게도 빚진 게 없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빚이 없다는 건 널리 인재를 구해 발탁하는 데도 좋은 조건일 수 있다. 그에겐 5년16일의 긴 시간이 주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