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녀 의대 편입 의혹, 병역 논란 등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정 후보자는 "불법적 행위는 물론 없고.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청문회까지 정 후보자가 정면돌파에 나설 지 관심이 모인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전날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사옥에 출근하면서 "아무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멈춰달라"며 "저는 제 자녀들에 대해 불법적인 특혜나 조작은 물론, 도덕적·윤리적으로도 부당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간 정 후보자는 자녀와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해왔다. 정 후보자는 "제 아들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방문해 재검정을 받았고, 2015년 당시와 현재 모두 병역 4급에 해당하는 신경근 압박 추간판탈출증으로진단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후보자 아들의 재검에는 후보자 아들 본인의 적극적인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밀실 재검이라는 비판에는 개인 정보 침해가 우려 때문이라며, 더불어민주당에서 의료전문가를 지정해주면 2015년 MRI자료 등의 자료를 해당 전문가에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후보자 측은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결국 '부정의 팩트'로 드러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청문회로 가면 모든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에서는 정 후보자에 대한 고민이 깊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9~21일 윤 당선인의 현재 국정 수행에 대해 물은 결과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5%, '잘하고 있다'는 의견은 42%로 조사됐다. 직전 조사 대비 긍정률은 8%포인트 하락했고, 부정률은 3%포인트 높아졌다.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로는 정 후보자 등 내각 구성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아버지가 대학병원 부원장·원장으로 있던 의대에 자녀들이 편입했다는 것 자체가 '부정한 팩트'가 없어도 의혹을 거두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논란 초기에는 '부정의 팩트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에서 최근에는 "청문회장에서 수모와 불명예를 견딜 필요가 있나"는 의견이다.
당내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25~26일) 직전인 이번 주말이 적기라고 보고 있다. 정 후보자의 사퇴로 여론이 몰리는 사이 한 후보자를 비롯해 장관 후보자들이 청문회를 준비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슈가 불거지는 것도 논란을 옅게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다.
정 후보자 관련 의혹이 경찰 수사로 넘어간 것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근 개혁과전환을위한촛불행동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정 후보자와 자녀들의 편입학 당시, 경북대 의대 부학장이었던 박태인 교수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고발했다. 병역 비리 의혹을 받는 정 후보자 아들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수사 과정에서 정 후보자가 언급한 '부정의 팩트'가 하나라도 발견되면 정 후보자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정 후보자의 청문회는 아직 열흘이 남아있고, 임명이 강행되더라도 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