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이 희생된 비극…9·11 테러 이후 세워진 마천루 [강영연의 뉴욕부동산 이야기]

입력 2022-04-24 13:07
수정 2022-04-24 13:1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6분. 한 대의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 북쪽 타워에 충돌했습니다. 17분 후인 9시 3분 두 번째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를 들이받았습니다. 2시간도 되지 않아 110층짜리 쌍둥이 빌딩을 완전히 붕괴했고, 붕괴 당시 파편 등의 영향으로 제7 세계무역센터 건물까지 무너졌습니다.

비슷한 시간 미국 국방부 건물이 펜타곤이 공격받았고, 백악관 또는 국회의사당을 노렸던 비행기는 승객들의 저항으로 펜실베이니아주에 추락했습니다.

3000명이 가까운 사람들이 이 테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전원 사망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본토가 공격 당한 유일무이한 사건 '9·11 테러'였습니다.

전 세계는 경악했습니다.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9·11 이전과 이후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생활은 달라졌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깐깐한 검색을 거치게 된 것도 이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 사건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작업을 들어갔습니다. 바로 그라운드 제로에 말입니다. 그라운드 제로랑 폭발이 있었던 지점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네요. 분노가 사라진 자리엔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이 자리한 이 곳에 9·11 메모리얼 공원을 만들고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새로 지었습니다.

9·11 메모리얼은 거대한 검은색 사각형의 추모 공간입니다. 쌍둥이 빌딩이 서 있던 자리에 두 개의 거대한 사각형 비석을 세웠습니다. 여기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혀있고, 그 밑으로 물줄기가 쏟아져 내려 안쪽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이는 테러로 인한 희생자와 유가족, 미국인들의 눈물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비극 이후 마르지 않고 흐르는 눈물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비석 새긴 희생자의 이름을 인연이 있던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고 합니다. 가족들끼리, 동료들끼리 죽어서도 옆에 있을 수 있게 배려한 셈이죠. 또 매년 희생자들의 생일이 돌아오면 관리자들이 꽃을 꽂아둔다고 합니다.

바로 옆에는 9·11 메모리얼 박물관과 더 오큘러스라고 불리는 쇼핑몰도 있습니다. 박물관에는 희생자들의 음성 및 유품, 구조 당시 사용했던 방화복, 소방차 등이 전시돼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붕괴한 세계무역센터 부지는 2002년 5월이 돼서야 정리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건물을 짓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그해 8월 설계 공모를 진행해서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을 설계했던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2006년 11월부터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원래는 기존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처럼 쌍둥이 빌딩을 지으려고 했는데. 유가족들의 반대로 하나의 건물이 됐다고 합니다. 부동산 개발 업자, 관계 기관 등의 요구도 반영됐습니다. 2014년 11월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개장했습니다. 높이는 541m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세계에서는 6번째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높이에도 여러 의미가 있는데요. 먼저 첨탑을 제외한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높이는 1362피트로 테러로 무너진 남쪽 타워의 높이와 같습니다. 전망대를 포함한 1368피트는 무너진 북쪽 타워의 높이와 같고요. 그리고 첨탑을 포함한 1776피트(541m)는 미국이 독립된 해인 1776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는 9·11 테러의 기억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센터 앞에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사망자들을 위한 위령의 장소가 있고 건물 94층부터 99층까지는 비어있습니다. 세계무역센터 빌딩 북쪽 건물에 비행기가 충돌한 층을 비워둔 겁니다.

안전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콘크리트 기반을 사용해서 주요 사고나 테러로 인한 공격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했고, 모든 계단, 엘리베이터 축대, 스프링클러 등에는 3피트 짜리 철근 콘크리트 벽을 설치해서 강화했습니다. 생화학 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환기 시스템도 있다고 합니다. 또 중앙의 철골 프레임을 사용해 내부의 기둥을 줄이면서도 안전성을 강화했습니다. 건물 내부에는 400대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설치돼 있고, 지하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은 방사성 물질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초반에는 우려도 컸다고 합니다. 9·11 테러 이후 고층 빌딩의 종말을 예언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불안해서 임대가 잘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컸겠지요.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임대율이 95%에 달하는데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3월에도 90% 수준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맨해튼에 많은 건물이 노후화된 가운데 신축 건물이라는 장점으로 많은 임대인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역과 연결돼 교통도 편리한 것도 강점으로 꼽힙니다.

부동산 전문 매체인 리얼 이스테이트 위클리는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지난 24개월 동안 거의 75만평방피트에 달하는 37건의 거래가 체결됐고, 로어 맨해튼에서 거래 건수와 거래 면적 모두에서 가장 주목된다"며 "엄청난 거래 속도는 2021년 4분기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건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는 100~102층에 있는 원월드 전망대입니다. 뉴욕에서 3번째로 생긴 원월드 전망대는 기존 락펠러센터의 탑 오브 록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가 양분하던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습니다. 뉴욕의 전망대 가운데 가장 높고, 유일하게 브루클린 등 남부 지역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브루클린 브릿지와 맨해튼 브릿지뿐 아니라 자유의 여신상 역시 꽤 가깝게 보입니다. 뉴저지에서 맨해튼, 브루클린 등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원월드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단숨에 102층에 도착합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맨해튼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이 영상이 펼쳐서 지루하지 않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 도착하면 간단한 영상을 보여주는 장소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영상이 끝나면 커튼처럼 화면이 올라가서 뻥 뚫린 맨해튼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커튼이 올라갈 때 박수를 치는 관람객들도 있었는데요. 매우 극적인 효과를 내는 장치를 숨겨뒀다고 하겠습니다.

이 공간을 지나 정식으로 전망대에 입장하면 태블릿을 빌려줍니다. 뉴욕의 주요 건물들 위치 및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무료는 아니고요. 15달러를 내야 합니다. 한국어 자막도 있습니다.

전망대에는 카페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도 있습니다. 102층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구역에 식당이 있어 앉아서 경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음식 가격은 저렴하진 않지만 뉴욕의 물가를 고려하면 크게 비싸지도 않았습니다. 가장 인기가 있는 시간대는 오후 5~7시 사이라고 합니다. 석양부터 야경까지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