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충돌로 치닫던 여야가 극적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합의했지만, 재계와 산업계에선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에서 경찰로 수사권이 넘어가는 향후 약 2년간 혼란이 빚어지고, 이 과정에서 수사 장기화와 중복 수사, 압수수색 등이 빈발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22일 중재안에 따르면 검찰은 향후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설립 후 1년6개월간 경제범죄와 부패범죄에만 전념하게 된다. 하지만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거나 다른 수사기관의 역량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이 두 가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내놔야 한다.
검찰로선 기존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는 셈이다.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수사 강도 역시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6개 분야에서 2개로 수사 분야가 줄어든 만큼 수사력 집중도 역시 높아지게 될 공산이 크다. 공정거래가 대표적인 분야다. 검찰은 지난달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 규모를 확대 개편하는 등 최근 공정거래 수사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삼성웰스토리, 한화솔루션,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등을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대웅제약의 경쟁사 제네릭(복제약) 판매 의혹과 하림 등 5개 기업의 닭고기 가격 담합 의혹 등도 수사하고 있다.
설령 수사권이 중수청 등 다른 수사기관으로 넘어가도 안도하긴 이르다는 관측이 많다. 공정거래 사건은 검찰이 오랫동안 전담하다시피 한 전문 영역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검찰 수사→기소 여부 결정→재판’으로 이어지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수사 담당 주체가 싹 바뀌게 된다. 한 대형 제조기업 사내 변호사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의 피로도도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행한 지 얼마 안 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 역시 기업들이 우려하는 분야다. 현재 중대산업재해 수사는 고용노동부(특별사법경찰)가 맡고 있는데, 이에 대한 수사 지휘를 검찰이 하고 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중재안이 시행돼도 검찰이 특사경을 지휘하는 구도는 유지되지만, 수사권이 없어지는 만큼 검찰이 보완 수사 등을 통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