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 재미에 랜덤박스 열풍…"5000원 내고 명품 갖는다"

입력 2022-04-22 17:42
수정 2022-05-02 16:47
신(新)소비인류에게 소비는 놀이다. “소비를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 하나의 놀이문화로 받아들인다”(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포켓몬빵’ 열풍은 이런 소비심리의 발로로 풀이된다. 신소비인류에게 ‘품절 대란’을 겪는 빵을 수소문해 찾아 나서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되레 즐거운 놀이다.

이들은 “포켓몬을 잡으러 간다”며 각 편의점에 빵을 납품하는 배송 차량을 뒤쫓아 다닌다. 포켓몬빵을 구매하는 과정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주변인과 공유하기도 한다.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문을 열기 한참 전부터 줄을 서 기다리는 ‘오픈런’ 행렬에 기꺼이 동참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 덕에 16년 만에 돌아온 포켓몬빵 판매량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SPC삼립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재출시한 포켓몬빵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 7일 1000만 개를 넘어섰다. 22일엔 1500만 개를 돌파했다.

‘랜덤쇼핑’이라는 새로운 소비 양식도 2030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다. 랜덤쇼핑은 간단한 먹거리와 화장품 등 저렴한 상품부터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백이 무작위로 담겨 있는 랜덤박스를 구매하는 일종의 ‘뽑기 놀이’다.

랜덤투유라는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등이 이런 식으로 랜덤박스를 판매한다. 이 박스의 가격은 개당 5000원이다. 유튜브 등에선 수십~수백 개의 랜덤박스를 구매해 ‘언박싱’하는 영상이 높은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이런 쇼핑문화를 마케팅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텀블러와 머그잔 등 각종 기획상품(MD)을 담은 ‘러키 백’을 매년 판매하고 있다. 러키 백을 출시할 때마다 스타벅스 매장 앞엔 오픈런이 이어진다.

‘챌린지 문화’도 식음료업계의 시선을 끄는 트렌드다. 극도로 매운 음식이나 특이한 음식 등을 먹고 소셜미디어 등에 ‘인증샷’을 남기는 문화다.

2012년 ‘불닭볶음면’이 처음 출시될 당시 업계에선 “이렇게 맵기만 한 라면을 누가 사 먹느냐”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청소년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에 불닭볶음면을 먹고 인증하는 게 유행하면서 불닭볶음면은 ‘역주행’을 시작했다. 그 후 10년 만에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30억 개를 넘어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제품이 히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