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민자(民資)도로 통행료를 동결하고 올리지 못한 요금은 재정으로 보전해주기로 했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취지지만 ‘재정 퍼붓기’란 지적이 나온다. 일부 국민이 민간 사업자에게 돈을 내고 이용하는 민자도로를 위해 국민 세금인 재정을 투입하는 건 수요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1일 “올해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아 부처 내부에서 민자도로 통행료 동결을 검토하고 있다”며 “동결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자도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따라 통행료를 올리도록 돼 있지만 민간투자법상 정부의 공익적인 방침에 따라 동결이 가능하다”며 “대신 민간 사업자에 (올리지 못한 만큼의) 차액을 보전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방침을 확정하는 대로 기획재정부와 관련 예산 편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지난 2월 열린 물가차관회의에서 민자도로 통행료 문제가 논의된 만큼 기재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전망이다.
민간투자법과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정부는 민자도로 사용료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재정을 지원할 수 있다. 국토부가 관할하는 전국 22개 민자도로의 통행료를 올해 모두 동결하면 재정 보전액은 수백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민자도로 통행량이 급증할 경우 보전액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물가 상승에 ‘재정 퍼붓기’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정 도로 이용자를 위해 국민 세금을 동원하는 데 대한 비판도 있다. 정부는 민자도로에 막대한 재정이 지원된다는 비판에 민간사업자에 최소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를 2006년 폐지하기도 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관할 민자도로의 통행료 동결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3일 일산대교, 제3경인 고속화도로, 서수원~의왕 고속화도로 등 3개 민자도로의 통행료 인상을 보류했다. 경기도는 미실현 인상분은 도비로 보전해주기로 했다.
임도원/김은정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