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로 장기간 움츠러들어 있던 두산건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새 주인이 된 큐캐피탈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각종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건설사를 사들인 사례가 처음인 만큼 오너인 권경훈 두산건설 회장(55)이 경영 전면에 나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최근 토목사업본부 건축사업본부 경영지원본부 등 사업본부별로 혁신 전략 회의를 열어 올해 중점 추진 과제를 재점검했다. 관행적으로 하던 업무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는 취지에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협력사 풀(pool)의 질적 향상이다. 설립 3년 이상, 부채 비율 250% 미만 등 일정 수준의 신용도를 갖춘 곳으로 협력사를 재정비하고 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PEF 출신이라 그런지 집요함과 디테일이 남다르다”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관점에서 영업 전략과 사업 방침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큐캐피탈은 지난해 말 두산건설 지분 52%를 인수했다. 애초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이었는데 인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직접 구원투수로 나섰다. 큐캐피탈홀딩스가 지주사인 큐로그룹 회장을 지낸 권 회장이 두산건설에 ‘공격 DNA’를 주문하면서 사내 분위기가 확 바뀌고 있다. 임직원에게 과감하고 적극적인 영업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오랜 기간 끊긴 신규·경력 직원 채용도 재개했다. 취약해진 영업 경쟁력을 되살리려면 인력 보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에는 수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두산건설은 이날 광동제약의 경기 과천 신사옥 신축 공사를 따냈다고 발표했다. 이달 초엔 경기 안양시 호계동 안양삼신6차 재개발 사업도 수주했다. 지난달에는 인천 제물포시장 재개발 정비사업과 인천 송림동 서림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도 따냈다. 건설사 관계자는 “주인이 바뀐 뒤 공격적으로 각종 입찰에 뛰어들면서 이달 들어서만 약 2500억원을 신규 수주했다”고 전했다.
손실도 빠르게 털고 있다. 작년 매출은 1조3986억원으로 전년(1조8286억원)보다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020년 299억원에서 지난해 833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7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계속된 순손실에서도 벗어났다.
회사를 짓누르던 차입 부담 또한 줄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 자산)은 1243억원. 2015년 말만 해도 1조2900억원에 달했다. 2020년 말 411.11%이던 부채 비율은 지난해 227.77%로 낮아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처음 시도된 PEF의 건설사 인수 사례가 어떤 나비 효과를 낳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