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룸’은 ‘연결된, 다음의’라는 뜻의 불어 스위트(suite)에서 따왔다. 하지만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달콤하다는 말, 스위트(sweet). 그 뜻과 어원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랴. 럭셔리 스위트룸은 누구나 한번쯤 머물고 싶은, 상상만으로도 달콤한 꿈처럼 다가오는 공간이다. 특급호텔엔 하룻밤 1000만원대를 넘는 스위트룸도 있지만 요즘은 100만원 안팎에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이 글은 서울 도심 한복판 스위트룸에서 꿈 같은 하룻밤을 보내며 썼다. ○서울이 내 발 아래, 마음도 구름 위21일 방문한 서울 포시즌스 팰리스뷰 스위트룸은 26층 스위트룸 객실. 문을 열자마자 눈부신 햇살이 반긴다. 세종대로에서 가장 높은 이 호텔은 광화문 오피스촌의 랜드마크. 큰 통유리창 아래로 세종문화회관, 광화문, 경복궁, 청와대, 북악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조금 전까지 그 군중 속의 나를 떠올린다.
욕실은 4성급 호텔 디럭스룸만 한 크기다. 욕실에서 ‘웅장하다’는 감탄사가 나올 수 있다니. 객실 한 면 전체가 통유리여서 욕실에서도 거실에서도 침실에서도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마치 이륙하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에서 멈춘 비행기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객실보다 두 층 높은 라운지에서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서울 시내를 보며 샴페인과 칵테일, 고기와 치즈 등 간단한 저녁을 즐길 수 있다. 스위트룸을 예약할 땐 미리 침구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어느 정도 단단한 매트리스를 쓸 건지, 베개의 높이는 어떻게 할지 세심하게 나에게 맞는 침구를 골랐다. 어떻게 잠들었는지, 어떻게 깨어났는지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을 잔 이날. 스위트룸에서의 하룻밤은 ‘특별한 공간이 나를 지금보다 조금 더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1박 1000만원 ‘프레지덴셜 스위트’는스위트룸 중에서도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아주 특별한 사람만 머물 수 있는 상위 객실이다. 대통령 등의 귀빈급이 숙박할 수 있는 공간. 일반인에게 잘 공개되지 않는다. 호텔에서도 전망이 가장 좋은 곳, 가장 넓은 곳, 그리고 보안이 철저한 ‘그들만의 방’이다. 최상위 객실인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건물 가장 높은 층에 있다. 롯데호텔의 최상위 객실인 로열스위트를 가보니 현관문 바로 옆 수행원이 머무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보통 호텔의 스탠더드 객실과 비슷한 크기다. 그랜드하얏트는 조리 공간과 이어지는 곳에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 문이 있었다.
공간을 구성하는 가구와 소품도 다르다. 롯데호텔 로열스위트 객실에는 세계 3대 피아노 중 하나인 독일 C 베히슈타인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 투숙객 전용 운동 공간엔 최첨단 트레드밀, 사이클도 놓여 있어 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었다. ○예술작품과의 하룻밤 보내볼까
조선 그랜드 마스터스 스위트는 객실 곳곳을 예술작품으로 가득 채웠다. 호텔에 총 400여 개의 작품이 비치돼 있는데, 그 가운데 26개가 이 방에 전시돼 있다. 조앳 핼링카 ‘코너 시메트리 넘버4’ , 폴빅 ‘그레이 컴포지션’, 프랑크 보보 ‘라 루브르’와 황형신, 김용훈, 김미영 등 한국 작가의 작품까지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서울 포시즌스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에선 마돈나, 빌 게이츠 등이 사용하는 서브 제로 냉장고가 놓여 있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이 방을 밝혔다.
복층 구조인 반얀트리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스파를 즐길 수 있는 대형 풀 2개와 습식 사우나를 갖췄다. 실내에 전용 엘리베이터를 둔 호텔도 있다. 일반인에겐 폐쇄적이던 스위트룸이 요즘은 문을 점점 열고 있다. 조선 그랜드 마스터스 스위트는 개관 때부터 ‘플렉스(Flex·과시 소비)’를 원하는 일반인을 겨냥했다. 롯데호텔 로열 스위트는 일반인도 투숙할 수 있지만, 객실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는 예약할 수 없다. 이 객실을 예약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호텔 세일즈팀 담당자에게 연락해야 한다. 100만원 이하로 가격을 낮춘 스위트룸도 등장했다.
한경제/이미경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