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버텨, 업체 90% 문 닫을 판"…車 부품업계 '초비상'

입력 2022-04-21 21:00
수정 2022-04-21 21:18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급격한 산업 전환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면서다. 전기차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보다 적어 이전만큼의 매출을 올리기 어려운 데다 해외 업체와 비교해 전기차 관련 부품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수출까지 막히면서 체력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19년 824곳(대기업 269개·중소기업 555개)이었던 국내 부품업체 수는 2020년 744곳(대기업 266개·중소기업 478개)으로 9.7% 줄었다. 2019년부터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판매가 급격히 늘면서 전기모터와 배터리 수요 또한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이 기간 중소기업 감소폭(약 14% 감소)이 대기업(약 1% 감소)보다 훨씬 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회원사 기준으로 부품 기업 수는 더 많고, 이들 업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 기준 국내 부품업체 1000곳 중 900곳이 자취를 감출 것으로 봤다.


해외 경쟁업체 대비 뒤떨어진 전기차 제품·기술 수준도 문제다. 국내 부품사들은 현대차·기아에 내연기관 부품 납품 의존도가 높지만 기술력의 한계로 전기차 부품 공급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매출 타격은 불가피한 수순이란 얘기다.

2020년 기준 현대차·기아로의 부품 납품액 비중은 88%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계열사를 통해 전기차 부품 내재화를 이루고 있는 데다 기존 부품업체가 아닌 해외 기술 수준이 높은 부품업체로부터 전기차 부품을 공급받는다"며 "이 두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전체 부품업체의 83%가 매출 100억원 미만의 영세 기업으로 미래차 전환에 투자할 여력도 없다. 국내 전장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5%대에 그친다. 내연기관차보다 30%가량 적은 전기차의 부품 수도 수익성 악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수출에 타격을 입으면서 부품업계가 더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국 순위에서 러시아는 5위권 안에 있을 정도로 비중이 상당하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 외엔 대안이 없는 부품업계는 이번 러시아 수출 제한으로 입는 피해가 더 크다. 현대차·기아가 러시아 공장을 닫으면 사실상 러시아로의 수출은 전면 끊기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가동 중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 러시아생산법인의 출하대수는 3708대로 전년 동월(2만2032대)보다 83.2% 줄었다. 올 1월(1만7649대)과 2월(1만7402대) 출하량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차 전환이 급속도로 바뀌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부품업체들은 정부 지원으로 버티고 있는 거다. 하반기 가서는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