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일본에서 건너온 세븐일레븐을 잡고 말레이시아 편의점업계 1위로 도약하겠습니다."
당 타이 웬 MYCU리테일 대표(48·사진)는 편의점 CU의 말레이시아 진출 1주년을 맞아 21일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CU는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말레이시아 속 작은 한국"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MYCU리테일의 모기업인 마이뉴스홀딩스는 1996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마이뉴스닷컴'이라는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통업체다. 말레이시아에서 500여개 점포를 둔 편의점업계 2위 사업자로 1위인 세븐일레븐(약 2400개)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해 고민하다가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게 'SOS'를 요청했다.
당 대표는 "한국 음식과 문화에 대한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의 관심은 상상 이상"이라며 "한국을 집약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인 편의점 CU와 손을 잡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당 대표는 2020년 말 BGF리테일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으며 '특별 조건'을 하나 내걸었다. 한국 편의점의 상품 구색과 동선, 분위기를 그대로 구현해달라는 것. 당 대표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한국 여행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한국을 경험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한국의 편의점을 그대로 옮겨오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BGF리테일도 이 같은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실제 말레이시아 CU 매장은 단순히 K푸드를 진열했을 뿐 아니라 하루종일 K팝이 흘러나오고, 매장 직원들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한국식 인사를 한다.
당 대표의 '말레이시아 속 작은 한국 만들기' 전략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도 CU 매장은 한국 음식을 먹고 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말레이시아 소비자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CU 1호점을 낸 뒤 1년 만에 매장은 80여개로 늘었다. 말레이시아 CU 전체 매출의 70% 이상은 떡볶이 닭강정 등 K푸드에서 나온다.
당 대표는 "마이뉴스닷컴 간판을 CU로 바꾸고, K푸드를 진열하자 매출이 세 배 이상 뛴 매장도 있다"며 "마이뉴스홀딩스의 주가는 CU와 손을 잡은 뒤 1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고 했다.
당 대표는 말레이시아에서 CU의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편의점 한 개당 인구 수는 1만 명 수준이다. 일본 등 편의점 선진국(2000명)의 상황을 고려하면 말레이시아는 아직 출점 여력이 충분하고, 성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당 대표는 "말레이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동남아 지역 3위로 특히 2030 젊은 소비층 위주로 구매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 5년 내 편의점업계 1위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