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양성자 가속기(사진)가 반도체 오류를 사전에 잡아낼 수 있는 국제 표준 연구시설로 공인받았다.
원자력연은 양성자 가속기와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의 반도체 오류 검사장치 자격인 'JESD89B'에 등재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작년 9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가 15년 만에 개정한 JESD89B는 반도체 오류 측정을 위한 요구사항 및 절차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 연구시설이 이 기준을 충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1년 처음 제정된 JESD89와 2006년 개정된 JESD89A는 미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의 시설만 기준에 부합했다.
'산업의 쌀' 반도체는 우주에서 유입되는 방사선으로 인해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태양에서 생성돼 지구까지 도달하는 우주 방사선 형태의 수소 양성자가 반도체 성능을 저하시키거나 고장낼 수 있다.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실험을 할 때 양성자 가속기를 사용한다.
양성자 가속기는 수소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낸 양성자를 가속해 다른 물질에 충돌시켜 새로운 원소를 만드는 거대 과학 설비다. 초당 1.2경 개의 양성자를 초속 13만㎞로 다른 물질의 원자핵에 발사한다. 플라스틱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등 재료의 물성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고, 암 진단에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도 생산한다. 2012년 말 경주에 들어선 뒤 원자력연이 10년째 운영중이다.
원자력연의 양성자 가속기와 하나로를 활용하면 반도체에 각각 100 메가전자볼트급 양성자와 25 밀리전자볼트급 열중성자를 쏠 수 있다. 대기 방사선, 우주 방사선이 유발하는 반도체 오류 '소프트 에러' 상황을 재현하는 것이다. 소프트 에러는 양성자, 중성자, 알파 입자 등 에너지 입자와 반도체 내 전하의 충돌로 인해 발생한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양성자 가속기와 하나로를 이용하면 반도체 내 방사선 취약 위치나 소프트 에러 발생률을 규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