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7년 만의 대규모 무역적자에 엔화 130엔선 육박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2-04-20 09:59
수정 2022-04-20 10:0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본이 7년 만에 대규모 무역적자를 내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30엔선 근처까지 급락했다.

일본 재무성은 2021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무역수지가 5조3748억엔(약 51조6115억원) 적자로 집계됐다고 20일 발표했다. 2014년도 6조6389억엔의 무역적자 이후 7년 만의 대규모 적자다. 무역수지에 서비스수지(여행 및 특허사용료)를 합한 무역·서비스 수지로는 2019년도 -1조3548억엔 이후 2년 만의 적자다.

2014년은 일본이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여파로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대신 화력발전소 비중을 급격히 늘린 해다. 그 결과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면서 대규모 무역적자를 냈다.

2021년도 수출은 85조8785억엔, 수입은 91조2534억엔으로 수출입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이 81조엔을 넘은건 2007년도 이후 14년만, 수입은 2014년도 이후 7년 만이다. 제조 대기업들의 수출이 엔저(低)에 힘입어 늘었지만 국제 원자재값이 급등한 탓에 수입이 훨씬 많이 늘었다.

무역·서비스 수지에 해외 자산에서 벌어들이는 배당과 이자 수입을 나타내는 1차 소득수지까지 포함한 경상수지는 2022년 2월까지 10조876억엔의 누적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 3월 통계까지 반영한 2021년도 연간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2022년은 1980년 이후 42년만에 연간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발표한 2022년 3월 월간 무역수지는 -4123억엔으로 8개월 연속 적자였다. 수출이 8조4609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증가하는 동안 수입은 8조8733억엔으로 31.2% 급증했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1차 소득수지 흑자를 넘어서면서 일본의 경상수지는 2021년 12월~2022년 1월 2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가치와 국제 유가를 반영한 자체 분석모델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일본의 경상수지가 9조8000억엔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아오키 다이주 UBS증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이 앞으로 10년 이내에 경상적자 국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적자는 엔화 매수 수요를 낮추는 반면 엔화 매도 수요를 높여 엔저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무역수지가 발표된 직후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엔화 환율은 127엔대에서 129엔대로 단숨에 2엔 올랐다.(엔화 가치 하락) 2002년 1월 135엔을 기록한 이후 20년 만의 최고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