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뛰자 곳간 풀었다…배당액 '사상 최대'

입력 2022-04-20 17:32
수정 2022-04-28 16:19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배당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판 기업마다 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다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곳간’ 문을 더 열었다는 분석이다. 올해도 기업들의 호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배당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익 증가한 기업들, 사회적 요구 화답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79개 중 지난해 현금 배당을 한 555곳(삼성전자 제외)의 배당 규모는 26조157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30.53% 늘어난 규모로 사상 최대다. 삼성전자를 포함하면 작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배당금 총액은 2020년 대비 13.7% 줄어든 28조6107억원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특별배당을 포함해 13조1243억원을 지급하며 배당 규모를 일시적으로 확대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들 역시 배당에 적극적이었다. 코스닥 상장사 1524개 가운데 작년 배당을 한 589곳의 배당금 총액은 2조2040억원으로 집계됐다. 2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배당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의 실적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95곳의 영업이익은 183조9668억원으로, 전년 대비 73.59%나 급증했다.

주주환원 제고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진 것도 배당 규모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SK케미칼의 경우 작년 싱가포르 헤지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로부터 주주환원을 확대해달라는 주주서한을 받았다. 이후 배당성향을 2020년 10.38%에서 지난해 34.95%로 크게 올렸다.

상장사들의 배당금 증가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배당에 나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56곳의 2020년 말 대비 평균 주가 상승률은 21.81%였다. 코스피지수 상승률(3.63%)을 크게 웃돌았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작년에 배당을 크게 늘린 기업들은 대체로 실적도 좋았다”며 “주가는 실적에 반응해 오르기 때문에 배당을 늘린 기업들의 주가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곳간 푼 금융주…“올해도 배당 늘 것”
업종별로 보면 금융회사들이 2020년 대비 지난해 배당성향을 크게 높인 것으로 파악됐다.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9개 금융회사가 배당성향을 크게 높였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순이자마진(NIM) 증가 수혜를 보면서 호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금융당국이 보수적 자본관리를 주문하면서 축소했던 배당성향을 다시 높이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 효성티앤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요가복과 골프복 수요가 급증하며 스판덱스 수요가 늘어난 덕을 봤다.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34.1%나 증가하면서 기말 배당으로 주당 5만원을 지급하는 등 배당성향을 대폭 끌어올렸다.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한 삼성물산도 배당을 늘려 주주들에게 화답했다.

반면 영업이익이 늘었는데도 ‘짠물 배당’을 고수한 기업도 있었다. 에스엠은 작년 영업이익이 675억원으로 2020년(65억원) 대비 10배 넘게 늘었지만 배당은 고작 47억원 늘리는 데 그쳤다. 국내 3대 의결권 자문기관 중 하나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주당 200원의 배당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관투자가에 재무제표 승인 의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솔브레인도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2% 늘었는데 배당 규모는 151억원으로 동일하게 책정했다. 배당성향은 23.94%에서 10.2%로 축소됐다.

증권가에선 올해도 기업 실적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짠물 배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만큼 배당 규모는 계속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