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신기술 적용하니 거의 모르겠어요"

입력 2022-04-20 17:21
수정 2022-04-28 16:25

‘쿠다다당.’

20일 오전 11시 경기 구리 ‘힐스테이트 구리역’ 모델하우스 내 전용 74㎡. 거실을 둘러싼 네 대의 스피커와 대형 우퍼 두 대를 통해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성인 남성 발걸음 소리, 아이 뛰는 소리 등의 다양한 소음이 6단계에 걸쳐 차례로 나왔다.

일반인 평가단으로 참여한 윤지숙 씨(39·구리 갈매동)는 “3단계 소음은 거의 신경 쓰이지 않고 4단계부터 안 들리는 것 같다”고 평했다. 1단계는 위층 소리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가장 심한 소음이며, 2단계는 평균적 소음, 3단계는 최신 기술로 저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강도가 낮아진다. 신동민 현대건설 건축주택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층간소음을 거의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업계 첫 일반인 대상 테스트공동주택 내 층간소음이 사회 문제로 확대되면서 건설회사들은 층간소음 저감기술 개발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날 현대건설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실생활에서 나오는 층간소음을 적용한 만족도 조사를 한 것도 기술 개발을 선도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보통 건설업계에선 층간소음 성능실험을 할 때 타이어나 고무공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소음을 내는데 생활 소음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실험은 건설업계 관계자가 아니라 30~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인 30여 명으로 조사 대상을 구성했다”며 “인위적인 소음이 아니라 현실 소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도 차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오는 8월 경기 용인시 마북 기술연구원에 층간소음 저감 기술 데이터를 구축하는 실증시설도 준공할 계획이다. 지상 4층짜리 7가구를 지어 현장과 동일한 조건으로 완충재와 바닥구조 등을 실험할 수 있다. 시공능력 검증대 된 ‘층간소음 차단’층간소음 저감 기술은 코로나19 이후 건설사들의 시공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관련 규제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오는 8월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는 단지는 완공 후 현장에서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사후 확인제’가 시행된다. 성능이 기준에 미흡할 경우 검사기관은 사업자에게 보완 시공 및 손해배상 등을 권고할 수 있다.

벽식구조가 주를 이루는 한국 아파트의 특성상 건설사들은 특히 완충재와 바닥구조 기술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온수 배관과 슬래브 사이에 넣는 게 완충재다. 정부는 1999년 바닥 콘크리트 슬래브 기본 두께를 기존 120㎜ 이상에서 210㎜ 이상으로 변경하도록 했지만 층간소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완충재와 바닥구조 시스템 등에서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는 평가다. 작년 5월 선보인 고성능 바닥구조시스템인 ‘H 사일런트 홈 시스템Ⅰ’과 작년 10월 확보한 국내 최초 층간소음 차단 최고 수준인 1등급 기술이 대표적이다. 1등급은 위층에서 과도한 충격을 줘도 아래층에서 인지하기 어려운 수준의 성능을 의미한다.

현대건설은 충격을 흡수하는 특수 첨단 소재를 완충재에 넣었다. 바닥시스템의 고유 진동수를 조정해 저주파 충격 진동 전달을 차단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현대건설의 층간소음 저감 인증은 건설사 최초로 실험실이 아닌 직접 현장에서 받아 화제를 모았다.

경쟁 건설사들도 앞다퉈 관련 기술을 내놓고 있다. 대우건설은 내력 강화 콘크리트와 고탄성 완충재, 강화 모르타르 등 3겹으로 구성된 ‘스마트 3중 바닥구조’를 선보였다. 포스코건설은 고차음 완충재 위에 복합 구조를 덧댄 ‘하이브리드 강건재 활용 강성 보강 바닥시스템’을 내놨다.

구리=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