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의 힘은 세다. 평범한 골프 모자에 깃발 꽂힌 미국 대륙 마크 하나 찍혔을 뿐인데 원래 가격보다 5배가량 높은 웃돈이 붙는다. 오거스타내셔널GC의 가장 큰 수익사업 중 하나인 마스터스 토너먼트 기념품 얘기다.
오거스타GC는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직접 개최한다. 별도의 타이틀 스폰서가 없기에 골프장 어디에서도 흔한 광고판 하나 볼 수 없다. 그래도 대회 기간 거둬들인 수익만으로 올해 총 1500만달러(약 185억2000만원)의 상금을 풀었다.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는 270만달러(약 33억3000만원)를 챙겨갔다.
가장 큰 수입원은 기념품이다. 올해 기념품 판매로만 6900억달러(약 845억원)를 벌어들였다. 오거스타GC는 마스터스 기념품을 대회 기간에 현장을 방문하는 패트런(갤러리)에게만 판매한다. 코로나19로 패트론을 받지 않았던 2020년과 지난해에도 입장권을 예매한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구매 계정을 제공했다. 골프 애호가들이 마스터스 기념품에 더욱 몸달아 하는 이유다.
대회장 입장권도 단 5만 장만 시중에 푼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3년 만에 다시 패트론 입장이 가능해진 데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의 출전이라는 빅 이벤트가 겹치면서 입장권의 암표값은 1만달러(약 1236만원)를 훌쩍 넘었다. 티켓 중개업체에서 암표가 공공연히 거래되지만 오거스타GC는 이를 딱히 규제하지 않는다.
오거스타GC가 더 큰 수익을 원한다면 입장권과 기념품을 더 많이 판매하는 것이 이득이다. 하지만 오거스타GC는 수익보다는 신비주의와 품위 유지를 선택했다. 경기 중계권도 수익을 남기지 않는다. 포브스에 따르면 마스터스 중계를 전담하는 미국 지상파 방송 CBS와 케이블채널 ESPN은 ‘중계 원칙을 지킨다’는 약속 아래 소소한 비용을 낸다.
“입찰 경쟁을 붙인다면 1억달러 수익은 거뜬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마스터스 중계권은 한 번도 시장에 나온 적이 없다. 오거스타GC가 방송사에 요구한 조건은 간단하다. 대회의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광고는 한 시간에 최대 4분만 붙일 것, 진행자가 품위 있는 용어를 사용할 것 등이다.
이 같은 전략은 세계 골퍼들에게 유효하게 먹히고 있다. 올해 마스터스 기간에 팔린 28달러(약 3만4000원)짜리 골프모자는 온라인에서 17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올해 최고 히트 상품인 ‘놈(gnome·땅귀신)’ 피규어는 49. 50달러(약 6만1000원)짜리가 290달러(약 39만원)에 나와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