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중대재해·화평법·주52시간은 기업 족쇄"…전면수술 예고

입력 2022-04-19 17:42
수정 2022-04-27 15:42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규제 시스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세부 과제들을 발굴 중이다. 인수위는 규제 개혁이 시급한 분야로 산업재해·노동·환경 분야를 정조준하고 있다. 산업재해 분야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노동 분야에서는 주 52시간제, 환경 분야에서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범으로 지목했다. 인수위는 여야 합의가 어려운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이나 하위 지침을 통해 규제 개혁에 나서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중대재해 시행령 개선만으론 한계”인수위는 우선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국회에서 법 개정 절차를 밟기보다는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경영계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제계는 그동안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경영 책임자의 안전 의무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고, 처벌을 벌금 등 재산형 중심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6대 경제단체장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인수위는 현행 더불어민주당 의석 다수의 여야 구도에서는 중대재해법 개정은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회 심사가 필요 없는 시행령이나 하위 지침 개정을 통해 중대재해법 처벌 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도 검찰 등 수사기관의 불필요한 수사나 기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을 통한 재산형 위주의 법 적용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인수위는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처벌을 재산형으로 바꾸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시행령 보완 자체는 법 해석을 명료화하는 작업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근로시간 유연화…화관법 차등적용인수위는 주 52시간제와 화관법·화평법 등 화학물질 관련 규제도 기업을 옥죄는 대표적 족쇄로 보고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윤 당선인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공약한 정산 기간 확대를 추진한다. 현행 1개월(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3개월)인 정산 기간을 최대 1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선택근로제는 근로자대표(노동조합 등)와의 서면합의가 있다면 1개월 혹은 3개월 이내에서 평균 주 52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가 노동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산 기간에 평균적으로 주 52시간을 넘지 않는다면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업무 강도를 높여 일할 수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성질 등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인수위는 업계에서 요구한 개발 완료 신규 화학물질에 대한 조건부 사후등록 허용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산재·노동·환경 분야 규제 개선 방안을 포함해 핵심 기업 규제와 관련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과제를 발굴하고 올 하반기 개선 방안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규제혁신 기구 신설도 추진인수위는 기존 규제를 개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불필요한 신규 규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규제를 신설하기에 앞서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검토하는 산업경쟁력영향평가를 2024년 시행 목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에 기업규제분석원이라는 기구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업규제분석원은 규제가 신설돼 발생하는 경제 비용을 분석하고 다른 나라와의 국제 비교를 통해 규제를 개선할 방안까지 수행하는 기구다. 신설 규제뿐 아니라 기존 규제에 대해서도 검증과 평가를 거쳐 규제 보완과 피해 지원 방안까지 마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