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사 월급 200만원, 스텔스기 예산 빼내 마련할 건가

입력 2022-04-19 17:36
인수위원회가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을 5년간 단계적으로 실행하기로 하고 로드맵을 내놓는다고 한다. 병사 평균 월급(현재 56만원)이 아니라 병장(67만원)을 기준 삼는다고 하지만, 5년간 3배 가까이 급등하게 된다.

지난 대선 때 ‘200만원 월급’ 공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먼저 꺼냈다.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던 윤 당선인 측도 그대로 가져다 써 ‘베끼기’ 논란까지 일었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공약을 실현하는 데 따른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라면 다시 살펴보고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는 게 마땅하다. 이 공약을 실행하면 간부보다 병사가 월급을 더 받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현재 하사 1호봉 월급은 약 170만원, 소위 1호봉은 약 175만원이다. 이런 불합리를 해결하고 간부들 불만을 달래려면 부사관부터 장군까지 월급을 줄줄이 올릴 수밖에 없다. 공약대로라면 병사 월급 인상에만 연 5조1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올해 국방예산(54조6112억원)의 9.3%에 이른다. 간부 월급까지 인상하면 8조~10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더 소요된다. F-35 스텔스 전투기 40대 또는 최첨단 사드 8개 포대를 도입할 수 있는 규모다. 인수위는 재원 조달 방안으로 지출 구조조정이라는 대략적 방향만 제시했는데, 전력 증강 예산을 제외하면 어디서 이렇게 큰돈을 줄일 수 있는 건지 의아스럽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속에서 무엇이 우선인지 돌아봐야 한다.

윤 당선인 측은 ‘자신의 의지로 입대한 게 아닌 만큼 병사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게 공정과 상식이 열리는 나라’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상시적 안보 위기를 맞고 있는 징병제 국가에서 국방은 대가가 아니라 의무가 우선이다. 징병제 실시 국가 중 한국 병사 월급보다 더 많은 곳을 찾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전쟁의 위험에 노출된 이스라엘의 전투병 월급도 50만원 수준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은 모병제를 실시하는 미국(2년차 미만 상병 약 2100달러) 못지않고, 역시 모병제인 영국과 프랑스 병사 초봉과 비슷하다.

병사 처우를 개선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으나 모병제로 전환할 때 검토해야 할 ‘병사 최저임금 보장’을 지금 꺼내는 것은 선후가 바뀌었다. 병역마저 포퓰리즘에 함몰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