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놓고 대치 중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국회에서 만났다. 검수완박 논란 이후 양측의 대면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가세해 날선 논쟁을 벌였다. 여기에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진의 논란까지 더해지며 관련 법안 처리의 향방이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다. 김오수, “검수완박 대신 중립 특별법”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심사소위원회를 소집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냈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2시께 소위에 출석해 현행 제도 안착의 중요성과 위헌 소지, 송치사건 보완 수사, 중요 범죄 직접 수사 폐지 등 크게 네 가지 문제를 제기하며 약 12분간 검수완박 반대론을 펼쳤다. A4 용지 6장에 빼곡히 적은 성명에서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신체의 자유와 재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지금과 같이 2주 안에 처리한다는 것은 절대로 적절하지 않다”며 “여야 합의를 거쳐 최선의 결론을 찾는 과정과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대 형성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점검받고 개선하겠다”며 검수완박을 대체할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중립성 확보를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서 제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수사권자인 검찰총장, 고검장, 지검장 등을 국회에 출석시켜 비공개를 전제로 현안 질의도 하고, 답변도 듣고, 자료 제출도 받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법사위 소위에 출석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사과와 반성부터 하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오늘날 검찰이 왜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이 왔는지에 대해 한마디 사과나 반성이라도 할 줄 알았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취임한 지 1년 정도 지났는데, 한동훈 검사장 휴대폰 비밀번호도 못 풀어서 무혐의 처분했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며 “공소권 남용이 인정된 이두봉 검사를 징계하지도 못하고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앞서 여야는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등 4당의 원내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어 박병석 국회의장도 법사위 여야 간사 간 중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문 대통령 발언 진의 논란이날 국회에선 문 대통령이 김 총장과 면담에서 한 발언을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면담에서 “국민이 검찰 수사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하며 국회 입법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건 ‘어떻게 해야 궁극적으로 국민의 권익을 지키고 국민의 인권을 지키느냐’를 기준으로 검찰개혁을 해달라는 주문을 하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총장은 법사위 출석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전날 발표하신 내용에 많은 함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방송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입장을 낼 때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굉장히 까다롭다”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는 문 대통령의 의견을 전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13일에 이어 다시 한번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 시도를 비판했다. 이용호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는 “현 집권 세력의 수사를 막으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 검수완박 강행은 입법권의 사유화이자 입법 쿠데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당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피해는 힘없는 국민에게 오롯이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이번주 법사위에서 의결하고 다음주 초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인 5월 3일 공포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유정/설지연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