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연 4%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요동친 결과다. 한국은행이 연내 2~3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것 또한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의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서민들의 급전 조달 창구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가 잇따라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연 3.671%를 기록했다. 이달 11일 기준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연 3.838%까지 치솟았다. AA+ 3년물 금리가 4% 선을 넘어서면 2012년 4월 2일 연 4.020%를 나타낸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게 된다. 지난달 여전채 AA+ 3년물 금리가 연 3% 선을 돌파하면서 2014년 이후 8년여 만에 새로운 기록을 쓴 데 이어 또다시 기록 경신을 목전에 둔 셈이다.
당분간 금리 인상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카드론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드사들은 전체 자금 조달의 약 70%를 여전채에 의존하고 있다. 여전채 발행 비용이 늘어나면 증가분이 그대로 카드론 금리 인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달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1.84~15.64%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상단이 0.049%포인트, 하단이 0.05%포인트 각각 오른 수준이다. 사실상 지금까지는 우대금리, 특판 금리 할인 등의 조정금리가 카드론 금리 인상 압력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조정금리가 축소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내로 기준금리에서 우대금리와 특판 금리 할인 등 조정금리가 축소되면서 카드론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동향이 뚜렷해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여전채 금리 상승은 Fed가 최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단행을 시사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Fed 주요 인사들은 다음달 3~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을 밟고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의 양적긴축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Fed가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성향을 드러냄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가 뛰어올랐는데, 그 영향으로 국내 채권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통상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국내 국고채, 여전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이 연내 2~3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것 또한 여전채 금리 상승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현 수준의 기준금리도 나날이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엔 충분치 않다는 게 한국은행 측 판단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가 최고 연 2.0%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밖에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로 카드업황 전망이 좋지 않아진 점 등도 인상의 이유로 꼽힌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