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 등 고교생의 논문 실적 위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고교생 논문 약 70%가 ‘일회성 입시용’에 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 KAIST 경영공학 석사 강태영 씨,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과정 강동현 씨에 따르면, 이 연구팀이 최근 20년(2001~2021년)간 국내 213개 고등학교 학생 980명이 해외에 발표한 논문 558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67%가 고교 시절 논문 한 편만 작성한 뒤 추가 연구 이력이 없었다. 강씨는 “대다수 학생 저자가 단발성 논문만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내 고교생이 해외에 발표한 논문을 전수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교 시절 작성한 논문을 대입에 이용할 수 없게 된 2014년 이후에는 논문 건수도 감소했다. 2010년 37건, 2014년 46건으로 고교생 논문 편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15년부터 줄기 시작해 2019년에는 33건까지 떨어졌다.
강씨는 “논문 작성이 대입을 위한 전략 수단이 아니라 청소년 시기부터 시작된 진지한 탐구활동이라면 입시 정책의 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논문은 하위 등급 학술지로 분류되는 Q1, Q2에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등급인 Q3, Q4의 학술지에 투고된 논문은 10% 미만으로 집계됐다.
특히 연구 부정 가능성이 있는 논문도 상당수 포착됐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예를 들어 2010년대 후반에 작성된 한 의학 논문은 외국어고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한 명을 빼고는 모든 저자가 석·박사 학위를 소지한 의사다. 강씨 연구팀이 추적한 결과 이 외고생은 이후에 논문을 추가로 작성하지 않았다. 실제 논문은 석·박사들이 썼고, 고교생은 이름만 올려놨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강씨는 “탁월한 일부 학생이 고교 시절 출중한 연구를 해서 해외 학술지에 투고하는 경우도 있고, 모든 경우를 조작이나 대필이라고 하긴 어렵다”면서도 “고교 시절 첫 논문을 작성한 뒤 학술 활동이 전무하고, 이공계 중등교육 핵심 과정인 자연과학 분야를 벗어난 논문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