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전자’의 늪에 빠진 삼성전자와 달리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에 분산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은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지난 한 달간 5%가 넘게 하락할 때, ETF는 최대 3%대 수익을 냈다. 변동성이 커진 최근 주식시장에서 같은 ‘삼성’에 투자하더라도, 계란을 나눠 담는 식의 분산 투자 효과가 뚜렷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관련 5개 ETF 모두 ‘선방’18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일기획 등 15개 삼성 계열사의 시가총액 비중에 맞춰 나눠 투자하고 있는 ‘KINDEX 삼성그룹섹터가중 ETF’의 지난 한 달(3월 18일~4월 18일) 수익률은 3.63%에 달했다. 각 계열사에 같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KINDEX 삼성그룹동일가중 ETF’ 수익률 역시 2.0%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삼성그룹 관련 ETF 중 운용 규모가 가장 큰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삼성그룹 ETF’ 수익률은 2.3%였다. 계열사별 비중을 조금 달리하고 있는 ‘KODEX삼성그룹 밸류 ETF’ 수익률은 3.2%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삼성그룹펀더멘털 ETF’ 역시 0.4%의 수익을 거뒀다. 지난 한 달간 삼성그룹에 나눠 투자하는 5개의 ETF 모두 짭짤한 수익을 낸 것이다.
같은 기간 삼성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 주가는 5.66% 하락했다. 지난달 7만원대 아래로 내려간 이후 52주 신저가를 반복적으로 찍으며 하락세에 빠져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0.15% 오르며 6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본격적인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바닥을 쳤다’는 의견과 6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당분간 삼성전자의 변동성을 예측하기 쉽지 않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삼성후자’의 분산 투자 효과삼성그룹 ETF와 삼성전자 주가 사이에 희비가 엇갈린 건 ‘분산 투자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TF는 삼성전자 주가가 빠져도 다른 계열사 주가가 버텨준 덕을 톡톡히 봤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들이 특정 사업 분야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ETF의 분산 투자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설명이다.
ETF가 편입한 종목은 정보기술(IT) 기업(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 중공업(삼성중공업), 금융(삼성증권·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 등 골고루 구성돼 있다. 지난 한 달 삼성SDI는 19.2%, 삼성화재는 10.6%, 삼성생명은 3.35% 올랐다. 삼성카드(2.96%), 삼성바이오로직스(0.5%) 등도 마찬가지다. ETF에 속한 이들 기업의 주가가 뛰면서 삼성전자 하락세를 보완해 준 역할을 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삼성그룹의 경우 거의 전 사업 분야에 계열사가 있기 때문에 관련 ETF의 분산 효과가 다른 그룹 ETF보다 큰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삼성전자가 신저가를 거듭하고 있어 저가 매수 기회로 볼 수도 있는 만큼 투자성향에 따라 판단은 갈릴 수 있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