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화재, 카드, 증권 등으로 구성된 삼성금융네트웍스가 지난 14일 통합 앱 ‘모니모’를 출시하면서 국내 금융권의 ‘슈퍼 앱’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각 금융그룹과 핀테크 기업들은 여러 계열사 앱에 흩어져 있던 주요 기능들을 한데로 모으고, 고객들이 앱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모니모에는 삼성 금융 계열사들의 주요 서비스가 담겨 있다. 삼성생명의 보험금 청구, 삼성화재의 자동차 고장출동, 삼성카드의 한도 상향 신청, 삼성증권의 펀드 투자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금융이 그동안 제공하지 않았던 계좌통합관리, 간편송금, 신용관리, 환전, 부동산·자동차 시세조회 등의 서비스도 새로 선보였다. 삼성페이와의 연계 방안도 검토한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모니모 킬러콘텐츠는 '젤리'...현금처럼 사용 가능하지만 이 정도는 경쟁사들도 기본으로 한다.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기 위해선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 더구나 삼성금융은 ‘남들은 다 하고 있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에 진출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생명이 암 보험금 미지급 사건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마이데이터 같은 신사업 라이선스를 받을 수 없게 됐는데, 이런 불똥이 삼성생명의 자회사인 삼성카드에도 튀었다.
모니모의 전용 리워드 브랜드인 ‘젤리’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증가를 이끌 무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걷기, 출석체크, 미션 수행 등을 할 때 주어지는 젤리를 ‘모니머니’로 교환해 송금, 펀드 투자, 보험가입 등 과정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삼성금융이 준비 중인 모니모 전용 금융상품들도 주목된다. 온라인 쇼핑과 스트리밍 등 혜택이 담긴 ‘모니모 카드’를 내놓은데 이어 1년 만기 저축보험, 혈액형별 보장보험 등도 출시할 예정이다.
‘원 앱’ 전략의 시초 격인 토스도 단순히 여러 서비스를 한곳에 모아놔서가 아니라 금융상품 및 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들을 빠르게 끌어모았다. 정기예금이 아니라 수시입출금식 통장 상품임에도 토스뱅크통장 고객들한테 1억원의 예치금까지 연 2%의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최초로 이자를 매일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들한테 ‘일복리 효과’를 제공하는 동시에 토스뱅크는 이자받기 버튼을 누르기 위한 고객들의 앱 접속이 많아지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토스는 이처럼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작년 3월 증권 서비스를 선보였을 때도 여느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다른 구성을 선보였다.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었으며, ‘매도’ 대신 ‘판매하기’라고 표현하는 등 쉽고 직관적인 디테일이 고객들한테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금융콘텐츠 넣어 고객 확대금융사들은 앱에 비금융 콘텐츠를 집어넣는 데도 적극적이다. 주식, 카드, 송금 등은 비교적 이용주기가 높긴 하지만 대출비교, 보험 등은 소비자들이 자주 필요로 하는 기능들이 아니다. 금융 콘텐츠 만으론 고객들이 앱을 자주 방문하고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비금융 콘텐츠 확보를 통해 단순히 MAU 활성화 효과 이상을 엿볼 수도 있다. 소비자들의 비금융 데이터를 알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상품 추천, 전용 상품 개발 등 서비스 고도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다.
신한은행은 야구에 빠졌다. ‘신한 쏠’ 앱 안에 야구상식 퀴즈, 승부예측, 메타버스 팬미팅 등의 콘텐츠를 탑재했다. 신한은행이 KBO 리그 후원사인 만큼 MVP나 올스타 투표 등 KBO 공식 행사도 쏠을 통해 이뤄진다. 신한은행은 자신이 응원하는 프로야구 팀이 승리를 거두면 우대금리를 주는 적금 상품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IT에서 시작해 금융으로 영역을 넓힌 ‘테크핀’ 케이스인 네이버페이와 카카오 계열 금융사(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들은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톡이라는 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이 검색이나 쇼핑, 채팅 등을 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차례 방문하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금융권에 비해 MAU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다. 특히 올 하반기 디지털 손해보험사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페이발(發) 보험업계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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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