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증명해내고 그 허상에 올라서는 것, 여연희의 오늘은 오직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박찬 기자] 2012년 ONSTYLE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3’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삼아 지난 10년간 다채로운 행보를 보여준 모델 여연희. 20대 초반의 날 선 열정과 낯선 열망 안에서 그는 자신을 피어내는데 여념이 없었고, 그렇게 피어난 잡념 속에서 때로는 막막함을 느끼며 고개 숙이기도 했다고.
그런 그가 다시금 중심을 찾는 데에는 경계 바깥의 새로운 꿈이 주효했다. 2021년 독립영화 ‘더 사일런스 비트윈’으로 새로이 선명해진 여연희의 꿈은 이제 일면이 아닌 실상을 접하게 했으며,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 이 순간에 자신을 맞닿게 했다.
“작품에 임할 때 마치 카메라가 없는 듯 여겨야만 해서 많이 어색하더라고요. 근데 그 낯섦이 오히려 새로워서 좋았어요.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찾게 되는 과정 같아서요” 연기자와 모델, 그 새로운 경계 앞에 선 여연희는 이젠 막막함에 좌절하지 않는 듯했다. 평범하지만 지겹지 않은 것, 그래서 유연하게 나아갈 수 있는 것, 그게 무엇인지 여연희의 마음은 알고 있음에.
Q. 촬영 소감
“bnt와 오랜만에 함께 하게 되어 정말 뜻깊었고 감사했다. 평소 도전해보고 싶었던 콘셉트를 촬영한 만큼 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벌써 결과물이 기대된다(웃음). 다들 너무나 예뻐해 주셔서 기분 좋았다”
Q. 화보 촬영하는 모습을 보니 왜 여성 팬들이 많은지 알 것 같더라
“여성 팬이 더 많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모델 일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Q. 모델로서 그렇게 촬영과 작업을 많이 해도 긴장되는 순간이 있나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인 만큼,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조금씩 의식하는 것 같다. 촬영 시안을 받은 순간부터 나의 몫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긴장하지만, 그래도 ‘나는 잘 해낼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를 돌아본다. 우리 일은 자신감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촬영 중간중간 (내 모습을) 모니터링할 때도 더욱 예민하게 살피곤 한다. 더 극적인 결과물을 내고 싶은 마음, 모두에게 인상 깊은 작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Q. 최근 앨리스마샤와 협업해 가방을 출시하기도 했다. 패션에 대한 열망이 이젠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듯하더라. 런웨이, 화보 촬영으로 그치지 않고 말이다
“좋은 기회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20대 초반부터 주위에 자연스럽게 패션 브랜드를 하는 지인들이 많아서 막연하게 ‘나중에는 내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작게나마 내가 만든 무언가를 출시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디자인이라는 것에 대해 쉽게 생각한 건 아니지만, 막상 고심하며 경험해보니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잠깐의 경험으로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시는 모든 분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앨리스마샤와 함께 협업해 진행한 ‘요니백’ 제작 과정은 정말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내 이름을 딴 제품이다 보니 확실히 애착이 생기더라.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요니백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제품을 추가로 디자인해 보고 싶다”
Q. 과거 한 매체 인터뷰에서 “유명해지는 게 싫을 때가 있지만, 어릴 때 많은 걸 경험해 보고 싶어서 기회를 내치지 않는 편”이라고 답한 적 있다. 8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그 당시에는 ‘만약 유명해진다면 불편한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유명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세상에 태어나 인간으로서 많은 걸 경험해보고 싶은 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이다. 되도록 많은 걸 느끼며 살고 싶다”
Q. 이에 덧붙여서 “30대에도 모델 여연희이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연기자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연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내가 모델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델과 연기자는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공통점이 있지 않나. 모델 일을 10년 이상 하다 보니 이젠 나라는 사람을 매개체로 좀 더 많은 것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기에 관심이 생긴 거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해 보고 싶다”
Q.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생각의 관점이 바뀌는 구간이 있지 않나. 여연희에게 연기자로서의 길 또한 그런 의미라고 생각했다
“맞다. 옛날에는 남의 의견을 잘 수렴을 못하고 마냥 고집만 셌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유연해지고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그 고집이 한풀 꺾였다고 해야 할까.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하기엔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나는 되도록 많은 것에 도전하며 살고 싶다. 그렇다고 대충대충 임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 도전에 모든 것을 걸고 진심을 다하고 싶다. (도전을) 해야 할 때 제대로 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같은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 모두에게도 당연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Q. 지난해 독립영화 ‘더 사일런스 비트윈’으로 첫 연기 도전에 나섰다. 모델로서 바라보는 카메라와 연기자로서 바라보는 카메라, 그 괴리감이 상당할 듯한데
“확실히 너무나도 다르다. 그동안 모델 촬영을 시작할 때 정면으로 카메라를 마주하는 느낌이었다면, 작품에 임할 때는 마치 카메라가 없는 듯 여겨야만 해서 많이 어색하더라. 그 낯섦이 정말 새로웠고, 그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됐다는 점 또한 너무 매력적이었다. 각각 다른 느낌의 매력이다”
Q. 작품 촬영을 하면서 인상 깊고 재밌게 다가왔던 요소는 없나
“(모델로서의) 사진 촬영과 비교해서 작품 촬영은 호흡이 긴 느낌이다. 그 부분이 재밌고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프레임 안에서 연기하는 내가 신기했다.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찾게 되는 과정도”
Q. 연기자로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두었는지
“일단 나 자신에 대해서 잘 분석하고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다. 요즘 오디션 일정을 열심히 찾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겠지만 곧 좋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감정 표현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화를 내는 연기가 특히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의외로 싸우는 것도 싫어하고 화 자체가 별로 없는 편이다(웃음). 이 부분도 열심히 훈련 중이다”
Q. 본인이 노력파에 가깝다고 느끼는지
“돌이켜보면 20대에는 아등바등 노력하며 살진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난 욕심이 많은 편이 아니다. 의외일 수 있지만, 오히려 너무 욕심이 없기 때문에 주위에서 잔소리도 많이 들었다. 주어진 일에 대해선 열심히 임하지만 정말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이젠 많이 달라졌다. 꿈에 대한 욕심도 생겼고, 그에 맞춰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Q. 살면서 가장 큰 용기를 냈던 순간은 언제일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지원했던 것. 떨어져도 또 지원했던 때”
Q. ONSTYLE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3’ 때의 모습이 두고두고 회자되곤 한다. ‘도수코’를 통해 모델로서 전과 달라진 태도도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도수코’ 얘기를 다들 많이 해주신다. 21살, 정말 어릴 때지 않나. 당시로서는 열망보다는 호기심이 더욱 컸던 것 같다. 프로그램에 나가기 전부터 모델과를 입학하고 회사도 있었지만 ‘도수코’를 기점으로 직업의식을 좀 더 확실히 갖게 됐던 것 같다”
Q. ‘도수코’가 남겨준 커다란 여백을 채워가면서 지금의 여연희는 어떤 모델로 성장했다고 느끼나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델. 아직 모델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 나는 지금 과도기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디자인, 연기 등 다양한 방면에 도전하고 있다. 주어진 기회가 올 때마다 감사히 생각하고, 그만큼 최선을 다해나가야 할 때다”
Q. 그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성공의 기준, 어느 정도 완성하고 극복했는지
“성공의 기준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아직 나는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 것 같다. 완성도 멀었고, 극복은 더더욱 멀었다. 우리 삶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완결이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사실 몇 년 동안 현재에 안주하며 살았던 적도 있고, 그다지 행복하게 지내진 못했던 적도 있다. 앞으로에 대한 회피도 많이 해왔다. 나는 아직 집도 없고 차도 없지만, 그것을 소유했다는 것만으로 과연 성공의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성공에 대해 정의해보자면, ‘자아실현’이 아닐까 싶다. 그 기준에 비해 나의 성공은 아직 멀었다”
Q. 나 자신에게 현재, 미래, 과거 중 가장 중요한 시점은 언제인가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이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평소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다. 미래에 너무 큰 기대와 이상을 갖는 것 또한 안 좋은 습관이고. 과거를 생각한다면 서글프고,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치기 쉽지 않나. 그저 현재의 삶을 걸으며 잘 다져나가고 싶다. 그렇기만 한다면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테니까”
Q. 마음에 특별히 남았거나 배우로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고 생각되는 촬영이 있다면
“당연히 ‘더 사일런스 비트윈’이다. 작은 독립영화이지만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하게 된, 나로서는 아주 소중한 작품이다”
Q. 사람마다 뿜어져 나오는 기류가 있지 않나. 많은 이들이 여연희의 직설적이고, 쾌활하고 쿨한 모습에 주목하곤 했다. 자신의 성향, 이미지에 대해 최근 새롭게 깨닫게 된 부분은 없나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사람이 조금씩 변하더라. 쾌활하고 쿨한 모습도 물론 내 모습이지만, 의외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연주곡을 듣거나 책 읽는 것도 좋아한다. 나는 이게 진짜 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사회생활을 한지라 사회성이 좋은 편이다. 내성적이진 않지만 내향적이고, 사람들과 있는 것도 좋아하지만 때로는 혼자 있는 것도 좋다. 다들 의외라고 느낀다(웃음)”
Q. 스스로의 이미지를 조금 탈피하고 싶은 순간도 있는지
“가끔은 이런 내 이미지가 너무 좋다가도, 가끔은 갑자기 싫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건 내가 모델인 걸 떠나서 모든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내 이미지를 부러워하고, 나도 누군가의 이미지를 부러워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 않나. 하지만 이제는 그냥 내가 나인 것에 감사하고 있다. 내 이미지 덕에 많은 도움을 받아왔으니까”
Q. 누군가의 팬으로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검정치마의 팬이다. 음반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웃음)”
Q. 반려묘 신비&반려견 라운이와 함께하는 일상이 참 보기 좋더라. 이들의 존재가 가장 각별히 느껴질 때
“매 순간 각별한 내 가족들이다. 힘든 일상을 보내고 집에 왔을 때 나를 바라보는 애들 눈빛을 보면 힐링이 되고, 큰 힘을 얻는다”
Q. 어렴풋이 그리는 올해의 목표, 계획
“2022년을 열심히 달려 나가는 중이다. 목표는 오디션에 합격해 작품을 도전하는 것.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당장 주어진 것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낼 계획이다. 한순간도 허투루 살고 싶지 않다”
에디터: 박찬, 이진주포토그래퍼: 두윤종의상: EENK, COS, DIOR by YOOX, Alexander Wang, 준지슈즈: 렉켄, 레이첼콕스주얼리: 오드콜렛헤어: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이스트점 주다흰 디자이너메이크업: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이스트점 은솔 디자이너플로리스트: 유지혜(플라워바이유지)
bnt뉴스 기사제보 parkcha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