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사람 잡을라"…검수완박 되면 우려되는 상황들 [최진석의 Law Street]

입력 2022-04-18 06:30
수정 2022-04-18 07:14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서툴고 미숙한 무당이 점 보고 굿을 해준다고 설치다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온다는 뜻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통과 후 일어날 일들을 전망하는 얘기들을 살펴보다 떠오른 말이었습니다.

“검수완박이 시행되면 힘센 범죄자들은 사실상 죄짓고도 처벌받지 않게 됩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범죄 자체가 증발하고 서민들은 권리구제 자체를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찰의 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면, ‘6대 중요 범죄’의 ‘수사는 증발’하지만, ‘범죄는 그대로 남아’있는 결과만 초래할 것입니다. 범죄는 있는데 ‘수사만 하지 말라’는 식의 조치는 국가와 국민을 그대로 범죄에 노출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부패척결과 공정경제 질서 확립을 위한 국가적 대응에 큰 장애가 발생할 것입니다.”
-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들은 이외에도 많습니다. 대검찰청은 검수완박 입법 강행 후 벌어질 부작용 등을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여러 차례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오수 검찰총장은 17일 “검수완박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발의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여러 파장 중 공정거래수사는 기업들의 관심이 쏠리는 부분입니다. 법 시행 후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을 의결한 사건은 검찰이 아닌 경찰로 넘어가게 됩니다. 6대 범죄 중 경제범죄에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행위가 있지만, 더 이상 검찰이 직접 사건을 수사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런 변화로 인해 뒤이어 바꿔야 할 법 규정이 부지기수입니다. 법 개정 후속 작업을 하는 사이 줄줄이 새어나가는 사건과 진행되던 수사가 멈춰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관심 가는 부분은 수사 대상인 기업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입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수사역량의 약화입니다. 검찰은 해마다 주요 공정거래범죄 80~100건가량을 직접 수사해왔습니다. 큼직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상당할 겁니다. 오랜 기간 전문성을 축적해온 검찰이 손을 떼고 경찰이 투입될 경우 이전과 같은 ‘수사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송치·송부한 사건은 총 124만2344건으로 2020년(130만9659건)보다 5.1% 감소했습니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41만5614건으로 1년 전보다 8.0% 줄었죠. 수사의 범위 및 권한 확대와 함께 일선 경찰관들의 업무 부담이 커진 게 송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 등 6대 범죄 수사까지 맡게 된다면 경찰의 업무부담은 더욱 무거워질 것입니다. 지난해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 중 불기소로 끝난 사건은 총 2만9573건입니다. 2020년(2만4877건)보다 18.8% 증가했죠.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 축소로 그동안 수사 경험이 부족했던 영역까지 경찰이 맡게 되면서 범죄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기에 공정거래수사 역시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죠.

공정거래 사건은 일반 사건과 달리 범죄 사실뿐만 아니라 그 행위가 시장에 미친 영향까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를 근거로 관계자들에 대한 적절한 형량과 벌금, 추징금을 구형할 수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업무 이해도가 요구되는 이유죠.
최근 기업들의 우려는 더 커졌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는 공정거래조사부 규모를 전격 확대했기 때문이죠. 공정거래수사팀과 부당지원수사팀으로 구성된 조직을 공정거래수사1팀과 2팀, 부당지원수사팀 등 총 3개 팀으로 재편했습니다. 인원도 9명에서 15명으로 늘렸죠. 현재 대웅제약의 경쟁사 복제약 판매 방해 의혹, 하림 등 5개 기업의 닭고기 가격 담합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수사팀이 향후 기업을 대상으로 더 많은 수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에 몸담고 있을 때 굵직한 기업 관련 수사를 여러 차례 맡아온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줬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검수완박으로 인한 공정거래수사 역량 약화가 기업들에게 희소식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겹 더 들춰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만약 경찰이 실력을 입증해 보이겠다며 광범위하면서도 공격적인 공정거래 부문 수사를 벌인다면, 저인망식 수사 혹은 과잉수사로 인해 필요 이상의 피해를 보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쏟아질 수 있습니다. 불법행위를 했다면 수사를 받고 처벌 받아야 마땅하지만, 이 과정에서 억울하게 의심받고 장기간 수사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속출해선 안됩니다. 이럴 경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죠.
‘선택과 집중’을 해온 검찰과 달리 경찰이 ‘벌떼수사’에 나설 경우 산업계에서 벌어질 혼란은 예측하기 힘듭니다. 다만,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사고 발생 기업을 어떻게 수사했는지를 참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경영활동을 하면서 어느 경찰서에서 무슨 이유로 어떻게 수사해올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면, 기업들은 위축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지러운 법 개정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경찰 내에서도 제대로 된 시스템 체계가 갖춰질 때까지,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지만, 혼란의 피해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받게 될 것입니다.

물론 경찰도 경제범죄 수사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찰의 전문성이 검찰보다 낮다고 단정 지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위의 통계 수치에서 보여주듯,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1년 동안 경찰은 이전보다 대폭 늘어난 사건으로 인해 범죄 혐의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는 누수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제도가 안착하기도 전에 또다시 검수완박 강행으로 6대 범죄 수사까지 도맡아 해야 한다면 경찰 조직이 안게 될 부담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범죄예상을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는 경찰 조직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엔 현재 눈앞에 놓은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부작용들을 나 몰라라 한 채 오로지 현 정부 임기 내 법안 통과에만 매달리는 행태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국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검수완박’이 진정 절대다수의 국민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