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사퇴 신호?…김용진 사표 제출

입력 2022-04-17 18:05
수정 2022-04-18 00:51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이 임기를 1년4개월 남기고 사표를 제출했다. 대선 이후 임기가 남은 주요 공공기관장이 사의를 밝힌 건 김 이사장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줄사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이사장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보건복지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의 표명 이유에 대해선 “사표 수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임 사유를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공단 관계자는 “퇴임식 등의 일정은 정해진 게 없다”며 “사표가 수리되면 후속 절차를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사표는 아직까지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2020년 8월 31일 취임해 임기가 16개월 남아 있다. 공단 안팎에서는 새 정부가 연금개혁을 공약했고, 새 인물을 통해 개혁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직 이사장이 임기를 채우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연금개혁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감사원이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공공기관 감사 확대’를 보고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감사원은 올해 한국조폐공사 등 25개 공공기관을 감사할 예정이었지만 “공공기관의 부실·방만 경영을 해소하기 위해 재정건전성 점검을 확대 실시하겠다”고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김 이사장이 정치적 행보를 위해 사퇴 시점을 앞당긴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 이사장은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 관료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을 맡은 뒤 공공기관장으로 나갔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재부 2차관으로 복귀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경기 이천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이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민주당과 합당을 추진하고 있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부총리와 2차관으로 호흡을 맞췄다.

김 이사장의 사의 표명이 다른 공공기관장, 특히 관료 출신 기관장의 사퇴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인사혁신처장 출신인 황서종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복지부 2차관을 역임한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과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이 대표적인 관료 출신 기관장이다. 진승호 한국투자공사 사장, 임해종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도 기재부 공무원 출신이다.

강진규/곽용희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