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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그 여파가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상하이시가 공장 가동 재개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기존 방침과 큰 차이가 없는 데다 구체적 일정은 내놓지 않아 도시 정상화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상하이 봉쇄가 다음달까지 지속되면 중국 자동차공장이 전면 셧다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상하이시는 지난 16일 ‘제조기업 생산 재개 및 방역 지침’을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봉쇄에 들어간 이후 20일 만에 처음 나온 공장 재가동 계획이다. 시 당국은 각 구(區)에 사업장 상황에 맞춰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면서도 공장을 돌릴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지침의 핵심은 공장을 가동하는 직원들을 외부와 차단하는 ‘폐쇄루프’ 시스템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상하이의 대규모 공장 상당수는 이미 폐쇄루프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지침은 또 공장 내 생산설비, 사무실, 숙소, 창고 등 지역을 철저하게 구분해 관리하고 모든 직원은 매일 2회(오전·오후)씩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폐쇄루프 방식을 운영하는 공장 중에서 물류가 막히면서 원자재가 떨어져 가동을 중단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지침은 공장 내 별도로 마련한 물류작업 장소에 음성 판정받은 물류 담당자만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가동이 중단된 대표적 사업장인 테슬라 상하이공장은 이 지침에 따라 이르면 다음주부터 생산을 부분 재개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28일부터 3주 동안 4만4100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에선 16일 2만4820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다. 13일 2만7000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14, 15일 2만3000명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했다. 신규 감염자가 나온 지역은 최소 14일 봉쇄를 지속하기 때문에 상하이의 경제 활동 정상화까진 아직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상하이 등 주요 경제권의 강력한 통제가 지속되면 중국 내 자동차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쉬, 콘티넨탈 등 대형 자동차 부품업체도 상하이 지역 자재 조달이 지연되자 다른 공급처를 찾고 있다.
상하이는 연간 283만 대를 생산하는 중국 제2의 자동차 생산기지다. 1위 광둥성(338만 대)에서도 광저우 등 주요 산업도시의 부분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3위 지린성(242만 대)은 이미 한 달 넘게 봉쇄된 상태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상하이 봉쇄로 중국 진출 기업 57%가 물류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주중 유럽상의는 회원사 30%가 공급망 붕괴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허난성 정저우공항 경제구역의 일부 지역은 15일부터 2주일 동안 봉쇄됐다. 코로나19 음성 증명서 등을 보유한 사람만 출입 가능하다. 봉쇄된 지역 인근에는 애플 주요 협력사인 폭스콘의 아이폰 생산기지가 있다. 아직 폭스콘 공장이 있는 지역까지 폐쇄되진 않았다.
상하이 사례를 본 중국의 다른 주요 도시들은 선제적 통제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있는 시안은 16~19일 부분 봉쇄에 돌입했다. 주민들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아파트단지 등 샤오취(小區) 밖으로 이동할 수 없으며 초·중·고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공장 가동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상당수 직원이 출근하지 못해 생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시안은 작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33일간 전면 봉쇄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당시 운영 인력들이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설비를 가동해 큰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