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후보자 "자녀 특혜 의혹 답답…어떤 위법도 없었다"

입력 2022-04-17 15:05
수정 2022-04-17 15:10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청문회에 끝까지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자녀들의 의대편입이나 병역 판정에 대해 근거 없는 문제제기가 계속 확산되고 있는데 어떠한 위법적 행위도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사퇴설'에 선을 긋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부정의 팩트가 확인돼야 한다는 게 윤 당선인의 입장"이라며 사퇴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다.

정 후보자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정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과 원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정 후보자는 "의혹 부분만 확대 보도되는 점이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서 직접 설명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며 윤 당선인이나 인수위와 상관 없이 기자회견을 자처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에게 제기되는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정 후보자의 아들 정 씨가 의대 편입 과정에서 주요 이력으로 적어낸 '경북대 유(U)-헬스케어 융합네트워크 연구센터'의 3개월짜리 학생연구원 경력이 과장됐다는 의혹이다. 학생연구원 재직 기간은 2015학년도 2학기 중인데, 정 씨는 이 기간 경북대 전자공학부에서 19학점의 수업을 수강 중이었다. 학부 재학생이 주 40시간 연구원 활동을 병행한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 씨는 또 KCI급 논문 두편에 석·박사들과 함께 학부생으로서 유일하게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도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 외에 △딸의 편입 과정에서 구술면접 심사위원으로 들어간 정 후보자의 동료들이 만점을 부여한 점 △아들의 병역 등급이 재검을 통해 사회복무요원으로 변경됐는데 병무진단서를 정 후보자가 진료처장으로 있던 경북대병원에서 발급받았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상태다. 정 후보자 본인에 대해서도 2018년과 2019년 미국으로 ‘공무상 국외 출장’을 신고하고 사실상 친목 모임인 ‘북미주 경북의대 동창회’에 참석했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정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정 후보자는 정 씨의 논문 공동 저자 의혹에 대해서도 "학부생이 논문에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유일하지도 않다"며 "연구를 주도한 아들의 지도교수와 아는 사이가 아니라 어떤 청탁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부에서 편입학 과정을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해 의혹을 밝혀달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아들의 병역 판정에 대해서도 "경북대 병원에서 두번의 MRI검사와 병무청 CT검사 등 이중 검사를 거쳤다"며 "만약 국회에서 의료기관을 지정해 주면 아들이 검사와 진단을 다시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외유성 출장 의혹에 대해서도 "병원장이 관례적으로 방문해 왔다"며 "후원을 받거나 감사를 표하는 일도 중요한 병원장 업무"라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가 골프를 치지 못하기 때문에 외유성 일정이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자녀의 편입학 과정에서 어떠한 부당함과 위법도 없었다고 말씀드린다"며 "위법 사항 등이 드러날 경우 상응한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과 비교되고 있다는 질문에는 "발언하기 적절치 않다"며 언급을 피했다.

이번 기자회견이 민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의혹 제기가 장기화될 경우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칫 잘못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서울 양천구 목동고에서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시험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당장 당은 지방선거 공천과 지방선거 정책 준비에 몰두하고 있고 인수위의 인선 발표에 따로 평가하지 않았다”며 “청문회를 하게 되면 당 소속 의원들이 입법부 소속으로서 매우 엄밀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총공세를 펼쳤다.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조국 전 장관에게 적용했던 잣대를 자신과 측근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나서서 심판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정 후보자와 직접 비교되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9년 8월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 윤석열 총장의 지시로 (나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했던 검찰은 무엇을 하고 있나"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정 후보자 논란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인 조민씨와 많이 비교하시는데 (조씨는) 명확한 학력의 위·변조가 국민앞에 확인된 사안”이라며 “정 후보자가 받는 의혹에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는 게 당선인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