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김앤장 변호사, 대체자산운용사 대표로 변신

입력 2022-04-17 13:07
수정 2022-04-17 15:49
"국내 부동산 대체투자에선 인허가뿐 아니라 세금부터 투자 구조까지 법률이 투자 성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유관식 와이앤피자산운용 대표(사진)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산운용사에 로펌을 결합해 사모투자가들에게 차원 높은 투자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20년간 근무한 유 대표는 2019년 회사를 나와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와이앤피자산운용은 설립 후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물류센터 전문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잡았다. 해외 투자자의 자금으로 두 개의 펀드를 설립해 물류센터 자산을 담았다. 이 가운데 한 개 펀드는 1년 남짓한 기간에 약 40%의 수익률로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첫 펀드는 싱가포르 투자기관으로부터 30년짜리 장기 펀드의 자금을 유치해 경기 안성의 물류센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안정성이 중요한 장기 펀드 자금을 신생 운용사에 투자한 건 유 대표를 믿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영국 체임버스앤드파트너스에서 한국 최고 부동산 변호사로 선정되는 등 법률 실력을 인정받았다. 유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싱가포르투자청(GIC)의 서울파이낸스센터 인수를 자문하던 시절부터 20여년 간 부동산 사모투자 업계에서 일해왔다. 현재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대체투자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그는 "지금도 거래와 관련된 법률 쟁점을 직접 실무적으로 검토한다"며 "부동산과 관련해선 적용될 수 있는 법률의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들과 쌓은 인간적인 신뢰도 큰 도움이 됐다. 유 대표는 “20년간 모은 업계 사람들의 명함이 4000장이 되더라"며 "변호사 시절 고객이 와이앤피운용사의 투자자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 안 좋은 소문을 몰고 다니는 상대는 조건이 좋아도 고객에게 피하라고 조언했고 정직한 사람은 도와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코치 역할을 하는 자문 변호사에서 선수 격인 운용사 대표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것에 대해 유 대표는 "고객의 일을 자기 일로 여긴 경험 덕분" 이라며 "변호사 시절 절친한 해외 고객이 '당신이 나라면 어떻게 할 거냐'고 자주 물어봤고, 답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자산 매입·매각 뿐 아니라 관리에도 공을 들인다. 유 대표는 "변호사로서 분쟁을 자주 봤기 때문에 증권사·시행사 등 출신 대표와 달리 운용에도 무게를 둔다"며 "창업 후 수소문 끝에 미래에셋자산운용 출신의 운용본부장을 영입했고 인력도 비교적 많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최근엔 미국 사모펀드(PEF) KKR의 투자로 경기도에 15만㎡ 규모 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3호 펀드 설립을 진행 중이다. 동시에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베트남에 저온 물류센터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유 대표는 "베트남은 더운 날씨 탓에 변질해 버리는 식자재가 많다" 며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국내 투자 기관의 자금도 적극적으로 유치해 회사를 키울 방침이다. 유 대표는 "얼마전까진 신생 운용사인 탓에 과거 투자 이력이 부족해 국내 기관의 투자를 받을 수 없었다"며 "실적이 어느 정도 쌓인 지금부터는 적극적으로 국내 투자 기관들과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