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스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볼보코리아 등 주요 외국계 회사 10곳이 1조원이 넘는 거액의 배당금을 해외로 송금한다. 벌어들인 순이익의 상당액을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해외 배당금 송금은 경상수지 적자를 키우는 동시에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리는 재료로 작용한다. 외국계 기업 배당 1.1조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바스프(2910억원)와 크레디트스위스(1650억원) JP모간(1595억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1473억원) 에르메스코리아(1050억원) 볼보그룹코리아(700억원) BMW코리아(700억원) 샤넬코리아(690억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540억원) 포르쉐코리아(405억원) 등 외국계 기업 10곳의 배당금액은 1조171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말 배당금(6321억원)과 비교해 85.3% 불어난 금액이다. 이들 기업은 외국계 자본이 지분 100%를 보유한 12월 결산 비상장법인 가운데 배당금이 100억원을 넘는 곳이다.
이들 기업은 작년 당기순이익으로 1조3188억원을 올렸다. 그 가운데 88.8%를 배당금으로 해외에 송금했다. 이들 기업이 국내에 낸 법인세는 4539억원으로 배당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사업장을 ‘현금 인출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들 기업 가운데 크레디트스위스(배당 성향 134.6%) 볼보그룹코리아(122.4%) 한국바스프(104.9%) 포르쉐코리아(104.9%)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100%) 등의 배당성향(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비율)은 100%를 웃돌았다. 작년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지급한 배당액이 더 많다는 의미다. 외국계 기업은 배당은 물론 각종 로열티(사용료) 명목으로도 해외에 적잖은 자금을 송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기저효과 등으로 작년 실적이 전년 대비 기준으로 급증하자 배당도 덩달아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적신호'
외국계 기업의 배당 확대가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월 결산 외국계법인들의 배당금 송금 시점은 통상 4월에 몰린다. 이들 배당이 몰리면서 4월은 배당소득수지·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계 기업이 해외 본사에 송금하는 배당금이 커질수록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본원소득수지(배당소득수지)의 적자폭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2019년 4월과 2020년 4월에 경상적자가 난 배경이기도 하다.
작년 4월에는 무역수지(수출에서 수입액을 뺀 것) 흑자폭이 급증한 영향으로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4월 무역수지는 35억19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주요 항목인 무역수지(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 등이 동시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4월 경상적자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관측이 현실화하면 2020년 4월(9억8700만달러 적자) 이후 2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국제 신용평가사는 '수출주도 경제'인 한국의 핵심 펀더멘털(기초체력) 지표로 경상수지를 꼽는다. 경상적자는 외국자본 유출과 신용도 훼손으로 직결될 수 있고, 원·달러 환율 상승 재료로도 작용할 수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적 통화정책에 12월 결산법인의 배당 송금 수요까지 겹치면서 달러 강세 흐름이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