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의 배설물에서 길게는 반년 넘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료 후에도 몇 달간 코로나19 증상을 호소하는 '롱 코비드(코로나19 장기 후유증)' 환자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어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2020년 5월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된 경도·중등도 환자 113명을 대상으로 10개월간 주기적으로 분변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확진 판정 후 첫 주엔 환자 절반(49.2%)의 분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리보핵산(RNA)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환자의 12.7%는 완치 판정을 받은 지 4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분변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섞여 나왔다"라며 "3.8%는 7개월이 지나도록 이런 증상이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환자의 몸에 그간 최초 감염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그대로 남아 있던 건지, 아니면 재감염이 일어난 것인지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뒤섞인 배설물 특성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샘플이 채취된 시점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첫해인 2020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자들이 재감염을 겪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의 책임저자인 에이미 바트 스탠퍼드대 부교수는 "코로나19가 위장관을 감염시킨 상태로 체내에 잠복한 탓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위장관에 잠복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속해서 조직을 손상하고 면역체계를 자극해 위경련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몸속에 숨어 진행되는 감염이 롱 코비드에 중요할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증상의 심각성과 지속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사람 3명 중 1명이 롱 코비드 등 장기 후유증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롱 코비드는 감염 후 4주 이상 피로, 후각·미각 상실, 브레인 포그(brain fog·머리가 멍하고 생각과 표현이 분명하지 못한 증상) 등 증상이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 다만 롱 코비드가 유발되는 원인은 아직 충분히 파악되지 않았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