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인가 '핫딜'인가…알쏭달쏭 쌍용차 M&A[딜리뷰]

입력 2022-04-17 18:45
이 기사는 04월 17일 18: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의 인수합병(M&A)이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가 2743억원의 인수대금 잔금을 납입하지 않아 계약이 파기되는가하면, 쌍방울그룹이 특장차 업체 광림을 앞세워 컨소시엄을 꾸렸죠. 뒤를 이어 현금이 많은 KG그룹이 손을 들었고 지난해 입찰에서 떨어졌던 파빌리온PE도 재도전을 선언했습니다. 그야말로 '핫딜'처럼 보이는 상황.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선 '계륵'(鷄肋)이란 말도 나옵니다. 쌍용차라는 토종 완성차 업체의 인지도는 아까워서 갖고 싶고, 그렇다고 실제 인수하면 운전자금 등 돈 들어갈 일 투성이라 남는 딜인지 잘 모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과연 이 딜을 따내는 인수자는 '승자의 저주'를 맛보게 될까요? 이번주 딜리뷰에선 '핫딜'처럼 보이는 쌍용차 M&A를 둘러싼 여러 시각을 소개합니다.


1. 정말 쌍용차 M&A는 '핫딜'일까?

"쌍용차에 왜들 관심이 많은지 잘 모르겠어요. 계륵(鷄肋) 아닐까요?" M&A업계에서 최근 1~2주 사이 여러 번 들은 말입니다. 닭의 갈비뼈라는 뜻의 계륵은 큰 쓸모는 없지만 버리긴 아까운 걸 비유하는 말인데요, SUV 명가인 쌍용차의 네임밸류는 남 주긴 아깝고, 그렇다고 인수하면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것이 두려운 상황을 뜻하겠죠. 혹자는 이런 말도 합니다. "계륵이 아니라 밑 빠진 독에 가까운 것 같다"고요. 그만큼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의 미래가 딱히 밝다고 할 수 없는 상황임이 분명한데 왜들 열심히 뛰어드는지 모르겠다는 의미일 겁니다.

회생 M&A를 전문으로 하는 자문업계 관계자들도 의문을 제시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한 회계법인의 회생 M&A 전담 파트너는 "쌍용차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불확실성 때문에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심사를 앞두고 있는데도 여러 원매자들이 나타난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쌍용차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조9435억원에 달합니다. 자산이 1조8629억원인데 말이죠. 연매출도 지난해 2조95011억원으로 전년(3조6238억원)보다 18.6% 줄었습니다. 영업손실도 4493억원을 냈고 순손실 5043억원을 기록했죠. 누가 봐도 영업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입니다.

지난해 쌍용차의 매각주관사인 EY한영이 평가한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약 9800억원으로, 존속가치(6200억원)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인수자가 갚아야 할 쌍용차의 부채는 일반 회생채권 5470억원과 공익채권 3900억원 등 부채만 약 9370억원에 달하죠. 이 중 공익채권은 100% 즉시 상환해야 하는 돈입니다. 부채와 운영자금 등을 포함해 쌍용차를 인수하려면 최소 1조5000억원이 필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 금액이면 꽤 똘똘한 정보기술(IT)업체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여러 곳에 투자를 하고도 남을 돈이라는 게 M&A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입니다.

게다가 돈만 있다고 될 일도 아니고, 채권단을 설득해 관계자집회에서 회생계획안 승인도 받아내야 합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일반 회생채권에 대해서 1.75%만 현금으로 갚고 나머지 98.52%는 출자 전환하겠다고 밝혀 채권단의 반발을 산 바 있죠. 이 중 몇 %를 갚아야 채권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이미 에디슨모터스와 계약이 한 번 해제된 상황에서 채권단이 더 높은 변제율을 요구할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사실상 매우 까다로운 딜임이 분명합니다.

2. 결국 3파전으로,,이들의 속내는?

그럼에도 KG그룹, 쌍방울그룹, 파빌리온PE 등 세 곳이나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며 도전장을 냈습니다. 현 상황에선 일단 KG그룹이 가장 자금력이 확실해 보입니다. KG그룹의 지주사인 KG케미칼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3636억원 보유하고 있고, 계열사인 KG ETS가 최근 매각키로 한 폐기물사업부의 매각대금 5000억원이 올 하반기에 입금될 예정이기 때문이죠. 이것만 합쳐도 약 8636억원을 손에 쥐고 시작하는 게임인 겁니다. 게다가 KG그룹과 함께 여러 차례 M&A를 진행해온 캑터스PE도 컨소시엄에 합류하기로 했기 때문에 추가 자금 확보 여력도 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쌍용차그룹의 광림 컨소시엄은 자금력 면에서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단 쌍방울의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6억원, 광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32억원가량입니다. 물론 나노스, 미래산업, 아이오케이, 디모아 등 비상장까지 여러 계열사들을 다 합치면 KG케미칼 수준은 된다는 게 쌍방울그룹측의 의견입니다. 그리고 광림 컨소시엄의 TF단장을 맡은 성석경 광림 대표는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쓰려고 모아둔 돈이 1200억원가량 있다"고 했습니다. 쌍방울과 손을 잡기로 한 KHI 컨소시엄도 수천 억원을 대줄 수 있다고 한 상황이고요.

그럼에도 M&A업계에서 물음표를 던지는 건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의 유상증자를 주관하고 실권주 발생시 이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던 KB증권이 발을 뺐기 때문이죠. 물론 "유상증자를 주관해줄 다른 증권사도 많다"는 게 광림 컨소시엄의 의견이지만, 발을 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줬다는 게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일 겁니다.

그리고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나서겠다고 배포했던 보도자료엔 "삼일회계법인이 자문을 맡기로 했다"고 명시돼있었지만 삼일은 내부 리스크관리팀에서 "경고" 메시지를 던지면서 자문을 맡지 않기로 했죠. IB업계 관계자의 얘기로는 "삼일처럼 큰 대형 회계법인이 쌍방울그룹 계열사 주가가 오르락내리락 하며 말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렇게 시끄러운 딜을 맡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역시도 회계법인업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쌍방울그룹은 여러 모로 부담을 안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물론 성석경 대표를 직접 만나 인터뷰해본 결과 광림 컨소시엄이 전기 특장차 사업에 진정성을 갖고 오래 전부터 자체 사업 확장을 준비해온 만큼, 쌍용차를 인수해서 전기 특장차 사업도 하고 완성차도 더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이제 문제는 자금력이겠지요.

또 다른 원매자로 나선 파빌리온PE는 지난해 HAAH와 컨소시엄을 꾸려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PEF 운용사인데요, 이들이 대형 금융사 어디와 손을 잡았다는 말만 나왔을 뿐 아직 많은 정보가 공개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재밌는 건 파빌리온PE의 윤영각 회장이 현재 쌍용차의 사외이사라는 점입니다. 이들이 누구와 컨소시엄을 꾸릴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3. '승자의 저주' 피하는 게 관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4일 쌍용차의 '인가 전 M&A 재추진 신청'을 허가했습니다. 회생계획안 가결기간(2022년 10월15일)을 감안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정해졌죠. 이제 원매자들은 스토킹호스를 선정하는 5월 일정표를 손에 들고 예비실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약 3주 간의 실사를 거쳐 과연 얼마를 인수가격으로 적어낼지에 따라 우선매수권자(호스)가 정해지겠죠. 그리고 5월말~6월초쯤 공개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이 우협과 호스의 조건을 비교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만약 호스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면 호스에게 기회가 가고, 우협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면 호스가 이 조건을 받을지 매각주관사가 물어보게 됩니다. 즉 호스가 더 우위에 있는 셈이죠. 이후 투자계약은 7월 초쯤, 회생계획안 제출은 7월 말쯤, 관계인집회 및 회생계획안 인가는 8월 하순쯤 진행될 예정입니다.

호스가 돼야 우선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세 원매자들은 일단 호스로 선정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서 성정에 호스 자리를 뺏긴 뒤 차순위자로 선정돼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를 못하게 된 쌍방울그룹은 이번엔 반드시 호스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개입찰에서 우협으로 선정되더라도 그 조건을 호스가 받아버리면 기회가 호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죠.

M&A업계에선 "세 곳 모두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에 호스가 되기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는 반응과 함께 "만약 무리해서 금액을 높게 쓸 경우 '승자의 저주'를 맛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적정 가격이지만 가장 높은 가격을 써서 호스가 되는 것이 현재 세 원매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것이죠.

일각에선 "쌍용차는 재매각을 할 게 아니라 청산하는 게 맞다"는 냉정한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딸린 임직원 수가 적지 않아 부담이 있긴 하지만, 이건 정치적으로 볼 게 아니라 숫자로만 봐야 한다, 여러 기업들이 인수했다가 결국 두 손을 들었던 건 이유가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죠.

그리고 KG그룹이 부동산 개발 측면에서 관심을 보이는 쌍용차의 평택 공장 부지(약 85만㎡)는 공장 이전을 하는 데만도 엄청난 돈이 들고 이전한 뒤에도 용도 변경 신청과 허가 등 난관이 많아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란 의견이 많은 상황입니다. 즉, 공장 운영은 차치하고 평택 땅만 본다 하더라도 당장 돈을 회수할 가능성보단 매우 많은 돈을 부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입니다. 만약 용도변경 인가가 난다 하더라도 그 중간에 2~3차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고려할 때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얘기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리뷰를 하면 할수록 쌍용차는 '계륵'보단 '밑 빠진 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결국 정답은 인수금액과 실제 운영자금, 향후 자동차 판매량과 회수 가능한 현금 액수 등을 본 뒤에야 알 수 있겠죠. 아무래도 올해는 쌍용차로 딜리뷰를 여러 번 더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쌍용차를 포함해 M&A와 관련된 제보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