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에 전쟁에…중·러 리스크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중기

입력 2022-04-15 14:33
수정 2022-04-28 00:01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 있는 한국 중소기업 A사의 중국 법인장은 매일 피가 마른다. 중국 총판이 있는 상하이시가 2주 넘게 봉쇄되면서 전자부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급이 전면 차단됐기 때문이다. 그는 “1주일 안에 자재가 도착하지 않으면 공장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국과 러시아 리스크가 중소기업을 삼킬 기세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봉쇄 조치가 확대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중기들은 물류와 판매가 ‘올스톱’위기에 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내 자산이 동결될 위기에 처한 업체들도 발만 구르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봉쇄 확대로 중국 진출 중소기업의 공급망 훼손과 조업 차질이 확대되고 있다.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중국 법인을 두고 있는 한국 중견기업 B사 대표는 “자재가 눈앞에 있어도 생산에 투입할 수 없어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보낸 자재가 항구에 2주 넘게 발이 묶인 데 이어 현지 공장에서 실시한 화물 대상 PCR(유전자 증폭) 검사 결과마저 양성이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화물 대상으로도 PCR 검사를 하는데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온 화물은 2주간 격리해야 한다.

인건비 부담도 늘고 있다. 3월에 이어 4월에도 조업이 정상화되지 않았지만, 정상 가동을 상정해 충원한 인력의 인건비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웨이하이에 중국 법인을 두고 있는 한국 중소 상장사 대표는 “중국은 코로나19로 조업을 안 해도 하루 8시간 근무한 걸로 계산해 직원들 기본급을 줘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와 거래가 많은 기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생산설비를 운영하는 국내 한 중견 화학업체 대표는 “현지 자산이 묶이는 것에 대비해 판매대금은 받는 즉시 달러화로 환전해 국내 본사로 송금하고 있다”며 “한때 달러당 140루블까지 갔던 것이 루블화 값이 최근 달러당 80루블까지 안정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 설비를 국유화하겠다고 러시아 정부가 위협했다”며 “재고를 이용해 주 2~3일씩 가동은 하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 4개, 우크라이나에 2개의 크레인 판매 전문 대리점을 운영하는 크레인 제조사 광림도 러시아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림의 러시아 크레인 시장 점유율은 작년 기준 약 30%에 달한다. 연간 282억원 규모 매출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올렸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생산시설 ‘세종 루스’를 운영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세종공업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작년 세종 루스의 매출은 258억원, 현지 자산은 총 290억원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축산용 사료 제조업체 이지홀딩스도 러시아에 곡물 재배 및 연구조직 에꼬호즈 등 6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자산은 작년 기준 617억원에 달했다.

김병근/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