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출퇴근 모의 주행에 '꽉 막힌 한남동'…시민들 뿔났다

입력 2022-04-15 17:33
수정 2022-04-15 17:46
"교통사고가 난 줄 알고 겨우 참았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고요. 이런 게 앞으로 자꾸 생길까봐 그게 더 걱정이죠.”

서울역 인근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 정모씨. 그는 지난 14일 오후 6시께 서울 강남의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차를 몰아 남산 소월길을 넘었다. 하지만 북한남 삼거리 일대가 꽉 막히는 바람에 약속 장소에 40분이나 늦게 도착해야 했다. 경찰이 도로 한쪽을 막아 놓은 채 교통 통제를 한 탓이다. 그는 “안 그래도 차가 많은 퇴근길인데 예고도 없이 도로까지 막는 바람에 하루 일정을 망쳤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한남동, 이태원동 일대는 오후 5시께부터 7시까지 약 2시간 동안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체증을 유발한 원인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후 출퇴근 동선 경호 점검 작업. 15일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경찰 측은 이날 저녁 대통령 관사로 쓸 계획인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대통령 집무실로 예정된 국방부 청사로 가는 길목을 통제하는 일종의 ‘교통영향평가’를 실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제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VIP 경호와 관련된 사안이라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해 줄 수는 없다”고 했다.

경찰의 교통 통제는 앞으로 수차례 더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와 청와대 경호처 등이 노후화된 육군참모총장 공관 리모델링 공사가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 윤 당선인의 서초동 자택 출퇴근 동선도 점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남동 공관에서의 출퇴근 길도 다양한 경로를 가정하고 일대 차량 속도와 통행량, 인근 지역 교통 흐름 등을 따져보고 있다.

매일 출퇴근할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교통 체증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남동과 이태원 일대 차로가 넓지 않고 우회로도 많지 않다. 최근에도 윤 당선인의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출퇴근에 따른 교통 통제를 놓고 일부 시민이 SNS 등에 불만을 나타낸 적이 있다. 한 시민은 SNS에 “교통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시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남부지역 의원들은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교통영향평가를 먼저 시행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여러 코스와 시간대를 검토해 시뮬레이션 주행을 해보는 등 국민 불편을 줄일 예정”이라며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