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인 척 남자 직원들이 대화를…" 소개팅 앱의 실체?

입력 2022-04-15 10:44
수정 2022-04-15 11:25


마음에 드는 이성과 대화하고 실제 만남까지도 연결해준다는 이른바 소개팅 앱 회사 일부 직원들이 여성 회원인 척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14일 SBS는 일부 소개팅 앱은 여성 회원 숫자가 많아 보이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해 다른 회원들을 속여가며 운영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한때 업계 1위였던 '소개팅 앱' A 사에 사진, 나이, 학력 등을 올리고 가입하면 사이버머니 30개가 주어진다. 이후 상대방에게 일대일 메시지를 보내고 싶을 때 사이버머니가 소요되고 신구 신청, 호감 표시하기 등을 하다 무료 제공 사이버머니가 소진되면 유료 결제로 이어지게 된다.




SBS가 확보한 회사 내부 자료에는 연령별 성비가 크게는 약 9대 1로 불균형하고, 남성 회원들의 소극적 참여를 개선하기 위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여성 작업 계정을 추가로 생성할 방안을 기획 중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이후 직원들에게 "여성 계정으로 글을 쓰고, 답글에는 실시간 피드백을 보내라"고 독려하는 지시가 떨어지기도 했다.

전직 직원은 가짜 계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직원 10여 명이 각각 하루에 5개 이상 가짜 글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소개팅 앱 B 사에서는 직원 1명이 여성 계정 5개씩 사용하도록 해서 계정 하나당 남성 회원 16명을 모두 선택하고 이걸 일일 최대한도인 10번씩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직원 9명에게 동시에 지시를 내렸고 지시대로 다 했다면, 총 45개 허위 계정이 하루 최대 7천200번 남성 회원들을 거짓 선택하는 셈이 된다.

업체 측은 허위 계정이 아닌 서비스품질 유지를 위한 테스트 계정이었고, 앱 업데이트 초기 한 달 안팎의 기간에 이용자들의 참여 독려를 위해 소위 '마중물' 콘텐츠를 작성해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개팅 앱을 통한 사기 사건은 지난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소개됐다.

방송에서는 모델 같은 외모를 가진 영앤리치 남성에게 사기당한 여성들이 공개됐다.

완벽한 외모와 매너, 재력까지 갖췄다는 남자의 닉네임은 ‘골드스푼’. 여성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을 소개해주는 ‘데이팅 앱’을 통해 그를 만났다. 프로필 사진에 공개된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훈남이었고 채팅창을 통한 대화도 부드럽게 이어졌다. 이렇게 닉네임 ‘골드스푼’은 여러 데이팅 앱에 출몰하며 상대방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골드스푼’과의 만남으로 로맨틱한 감정에 빠져있던 여성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불행을 맞이했다. 놀랍게도 그 불행의 시작은 같았다. 남자가 그녀들에게 거액의 돈을 맡겼다는 사실이다.

제작진이 만난 여성들이 보여준 데이팅 앱 프로필 사진 속 남성은 모두 다른 사람이었다. 훤칠한 키, 호감 가는 얼굴이라는 것이 공통점일 뿐, 남자의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모두 달랐다. 투자그룹에서 일하는 투자전문가, 골프장을 운영하는 대표이사, 음식점을 운영하는 요리사 등 남부러울 만한 직업들로 자신을 소개한 남자. 지내는 곳도 일본, 홍콩, 중국 등으로 다양했다.

여성들은 그를 빨리 만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그는 자신은 이제 막 외국에서 들어와 자가격리 중이라 격리가 끝나면 바로 보자고 했다. 고작 6~7일의 기다림은 여성들 마음에서 의심을 지우기에 충분했고, 그는 그 방심을 파고들었다. 남자의 다음 수법은 도움이 필요한 어린 양이 되는 것이었다. 만남을 기다리며 대화를 이어가던 상대방에게 불쑥 부탁해온다는 남자. 그는 자신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거액의 돈을 잃을 수도 있다며, 그 돈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남자를 대신해 거액의 돈을 맡아준 대가로 빚을 지게 된 여성들. 남자는 만나기로 한 날 나타나지 않았고, 대화창에서도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그를 알게 된 여성들은 그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대신 환전해달라는 아주 간단한 부탁, 그리고 오직 여성들만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남자가 보내준 사이트 링크를 별 의심 없이 들어갔다. 그 링크를 누르는 순간 그들은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에 걸려 피해자가 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