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8일 05: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되면서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최악의 경우 투자 원금을 모두 날려버릴 위기에 처했다. 채권단은 최근 착수한 매각 절차를 계속해서 진행하기로 했다. JC파트너스는 부실금융기관 지정 처분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금융당국에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주도권은 대주단과 당국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실금융기관 지정에도 매각은 속행 JC파트너스는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금융위원회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처분에 대한 본안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무법인 세종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더라도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채권단은 가능한 한 빨리 MG손보의 새 주인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별도의 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매자들과 개별 협상을 거쳐 최종 인수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MG손보 매각이 최소 6~7개월은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금융사업구조개선법과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보와 금융감독원이 관리인을 선임해 임시 경영을 맡고 필요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된 후 MG손보는 곧바로 관리인 체제 하에 들어갔다. 예보 소속 1인, 금융감독원 소속 3인이 관리인으로 지정됐다.
다만 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 지정이 확정된 후 우리은행과 애큐온캐피탈, 신한캐피탈 등으로 이뤄진 MG손보 대주단은 예금보호공사 등과 빠르게 매각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JC파트너스가 MG손보를 인수할 당시 출자한 투자자들의 원금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되면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최악의 경우 JC파트너스의 MG손보 지분이 감자 등을 통해 처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JC파트너스 뿐만 아니라 JC파트너스 펀드에 출자해준 우리은행과 새마을금고중앙회, 리치앤코 등도 큰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사모펀드 체제에도 10년 만에 또…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 지정과 그에 따른 인수·합병(M&A)의 역사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MG손보의 전신인 그린손해보험은 201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사모펀드 운용사 자베즈파트너스에 인수됐다. 자베즈파트너스가 그린손해보험의 2000억원 규모 자본확충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시 자베즈파트너스는 새마을금고중앙회를 단일 기관출자가(LP)로 확보해 투자했다. 이후 사명을 그린손해보험에서 'MG손해보험'으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는 현행법상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보험사를 직접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사모펀드 운용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수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2019년 MG손보는 또 다시 경영난에 빠졌다. JC파트너스가 구원투수로 나서 2020년 2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성공해 최대주주가 됐다. 우리은행이 지분 출자와 리파이낸싱을 포함해 총 500억원을 책임졌고, 새마을금고 300억원, 에큐온캐피탈·리치앤코가 각각 200억원씩, 아주캐피탈이 100억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안정적 흐름은 지속되지 못했다. 손해율 악화와 대체투자 손실이 겹쳐 RBC(지급여력)비율이 업계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금융당국은 MG손보의 RBC 비율이 보험업법 기준 100%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1월 경영 개선 명령을 내린 후 지난 13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MG손보의 2월 말 기준 부채가 자산보다 1139억원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 '과한 조치' 시각도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조치가 과하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도입될 IFRS17을 적용하면 MG손보의 순자산이 최소 6000억원까지 늘어나 자본 건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어진다"며 "IFRS17의 도입과 그에 따른 재무 건전성 증가가 확실시되는데 무조건 현재 상황에만 맞춰 경영권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드는 건 과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는 특징이 있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 일부를 책임준비금(부채)으로 쌓아두는데 IFRS17이 적용되면 회계작성 시점의 금리를 토대로 부채를 계산해야 한다.
투자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보험사는 대체로 채권 투자 비중이 높다. 금리가 상승하면 투자 수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보험사는 투자 운용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금액을 부채로 쌓아야 한다. 반대로 고금리 상황에선 투자 운용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훨씬 적은 금액을 부채로 인식하면 된다. 대체로 금리가 올라가면 부채가 줄고 금리가 내려가면 부채가 늘어나는 역의 상관관계다. 금리 인상은 대체로 보험사에 호재로 작용하는 셈이다.
대주단이 이미 출자전환을 확약했다는 점도 금융당국의 조치가 과하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주단이 대출해준 980억원을 모두 출자전환할 경우 MG손보의 순자산은 마이너스 159억원으로 대폭 개선되기 때문이다.
앞서 대주단은 MG손보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980억원 규모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에 동의한 바 있다. 다만 대주단은 MG손보 매각이 빠른 시일 내 성공할 경우 출자전환하지 않고 부채를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JC파트너스 생보·손보사 인수 계획 안갯속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긴 했지만 매각이 진행되는 동안 보험료 수납이나 보험금 지급 등의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MG손보가 매각되더라도 기존 가입자들의 계약은 새 사주에 그대로 이전된다.
최근 대주단은 삼일PwC를 주관사로 선정해 글랜우드PE, SKS PE, 파인트리PE, 뱅커스트릿PE 등으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제출받았다. MBK파트너스와 전략적투자자(SI) 한 곳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가 원매자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실제 인수 의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매자들은 향후 예상되는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는 점에 주목해 MG손보 인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보험사의 사업 특성상 금리가 올라가면 대체로 투자 운용수익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법인보험대리점(GA)을 모두 인수하려고 했던 JC파트너스의 계획은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MG손해보험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인수할 가능성도 희박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JC파트너스는 지난 2월 대형 GA인 리치앤코의 경영권 지분 60%를 185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