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예산 누수' 주범 교육교부금 개혁 외면한 인수위

입력 2022-04-14 17:22
수정 2022-04-15 00:16
재정건전성은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불린다. 평소에 재정 여력을 비축해둬야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재정이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경제 정책을 이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모두 한목소리로 “재정건전성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방만한 재정 운용의 원흉으로 지적받고 있는데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외면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내국세의 20.79%가 재정 소요와는 무관하게 무조건 지방교육청에 지급되는 ‘교육재정교부금’이다. 정부와 인수위 등에 따르면 교육재정교부금을 개혁하는 방안은 인수위가 최근 작성하고 있는 국정과제의 초안에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내국세에 연동되는 교육재정교부금 제도는 1972년 처음 도입됐다. 산업화 시기에 인적 자본에 대한 정부의 꾸준한 투자가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에 필수적이란 취지였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던 시기엔 내국세 연동제 방식의 현행 제도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았다.

문제는 최근엔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 예산을 필요로 하는 학생은 감소하고 있는데 교육 예산은 세금이 더 걷혔다는 이유만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게 현재 상황이다. 교육재정교부금 규모는 본예산 기준 지난해 53조2000억원에서 올해 65조1000억원으로 1년 만에 11조9000억원(22.4%) 증가했다. 일선 교육청은 뭉텅이로 밀려들어오는 교부금을 감당하지 못해 선심성 현금 지원 정책을 남발하며 소진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교육재정교부금 규모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연동해 확대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교육 예산을 안정적으로 늘려가면서도 2060년까지 약 1047조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그대로 놔두면 대규모 예산 누수가 불가피한데도 인수위는 애써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오는 6월 1일 예정된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정치권이 문제를 알면서도 교육계 표심이 무서워 항상 제도 개선을 미뤄왔기에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누차 재정건전성 회복과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게다가 정권 후반으로 갈수록 개혁 동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인수위가 조속히 교육재정교부금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인수위도 사라지고 없다. 인수위가 전 정부들의 ‘직무유기’까지 인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