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e커머스(전자 상거래) 스타트업 발란이 최대 1000억원의 자금 조달을 추진한다. 온라인 명품 구매 인구가 늘어나면서 기업가치도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품 e커머스 업계 첫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발란, 반년 새 몸값 4배↑14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최대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벤처캐피털(VC)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투자 유치 때 오버부킹이 이뤄진 만큼 이번 라운드에서도 투자자들의 열기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발란에 베팅했던 기존 주주들은 대거 후속 투자를 준비 중이다. 현재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다올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10개사 이상의 재무적투자자(FI)가 발란의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발란은 이번 투자 유치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 계획을 세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8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유니콘 기업 등극을 눈앞에 두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시리즈B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000억원 수준이었다. 반년 새 몸값이 4배 넘게 불어났다.
명품 기업 M&A 검토발란은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서비스 고도화와 더불어 진품·가품을 감정하는 명품 검수 기업의 인수를 검토하는 등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고 명품이나 뷰티, 시계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할 예정이다.
2015년 설립된 발란은 유럽 명품 부티크와 계약을 통해 소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을 내놨다. 파리와 밀라노 거리에서의 '쇼핑 경험'을 이용자에게 제공한다는 모토를 갖고 있다. 현지 가격보다 저렴하게 명품을 유통해 인기를 끄는 중이다. 당일 출고·배송 서비스인 '발란 익스프레스'나 VIP 고객을 직접 관리해주는 '퍼스널 쇼퍼' 서비스도 강점이라는 평가다.
2019년 256억원이던 발란의 연간 거래액은 지난해 3150억원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엔 월간 거래액이 600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1조원 이상의 거래액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앱 누적 다운로드는 280만 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600만 명이다. 지난해 매출은 522억원으로 전년(243억원)보다 110% 이상 늘어났다. 스타 업고 명품 e커머스 '빅3' 격돌
명품 e커머스 플랫폼 시장은 발란을 비롯해 머스트잇과 트렌비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거래액은 세 회사 모두 3000억원대를 기록했다. 머스트잇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배송, 트렌비는 인공지능(AI) 엔진 '트렌봇'을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를 각각 강점으로 내세웠다.
VC 러브콜도 잇따랐다. 트렌비는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하면서 누적 투자금 500억원을 넘겼다. 머스트잇 역시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을 투자자로 맞이했다. 최근 투자 때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트렌비가 3000억원, 머스트잇이 2500억원 수준이다.
'빅3'들은 유명 배우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발란은 김혜수를, 트렌비는 김희애·김우빈을, 머스트잇은 주지훈을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아직 이익을 내는 단계는 아니다. 지난해 발란은 186억원, 트렌비는 330억원, 머스트잇은 1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유니콘은 시간 문제투자업계에서는 명품 e커머스 플랫폼에서 곧 유니콘 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자체가 달아오르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약 15조9000억원으로 세계 7위, 아시아에서는 3위 수준이다. 이 중 온라인 매출 규모는 약 1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 늘어났다.
현재 이 분야 세계 1위 회사는 영국의 파페치다.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56억달러(약6조8500억원)를 기록 중이다.MZ(밀레니얼+Z)세대가 명품 소비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도 관련 플랫폼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설문조사업체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발란·트렌비·머스트잇 모두 구매자 중 70% 안팎이 30대 이하다.
VC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문화 확산과 함께 2030세대가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명품을 백화점에서만 사야 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명품 e커머스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투자금도 계속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