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대는 미국·중국도 협력하는데…한국은 '나홀로 연구'

입력 2022-04-14 13:20
수정 2022-04-14 13:33

미국과 중국 기술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 오히려 양국 간 공동 연구가 늘고 있다는 역설적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선진국 대비 여전히 '나홀로 연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과학기술 논문 관련 글로벌 조사기관 클래리베이트 데이터베이스(DB)에 수록된 3000만여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런 추이가 나타났다고 14일 발표했다. 데이터 취득 시점은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에 걸쳐 방대하게 이뤄졌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19개국은 2000년을 기점으로 국제 협력 논문이 자국 내 논문(국내 협력, 국내 단독)을 추월했다. 한국은 10여년 뒤인 2010년 초반 국내 협력 비중이 단독을 앞서기 시작했다. 국제 협력 비중은 2020년에 가까워져서야 단독을 추월했다.

한국의 국제 협력 파트너는 미국이 줄곧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비중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 1998~2000년 38.66%이던 협력 비중이 2008~2010년 31.31%로 줄었다. 2018~2020년엔 17.13%로 10년 전 대비 반토막났다. 일본과 협력도 같은 기간 13.56%→9.67%→4.88%로 줄었다. 반면 중국과 협력은 4.55%→8.23%→9.37%로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전기전자 공학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이 크게 늘었다. 1998~2000년 60.32%였던 미국과 협력이 2018~2020년 21%로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과 협력은 4.83%에서 16.71%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전기전자 공학 분야에서 일본과 협력 역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1998~2000년 12.59%였던 비중이 2018~2020년 2.53%로 급감했다. 기계공학, 화학공학 등 다른 분야도 사정이 비슷하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1순위 협력 국가가 독일, 영국, 중국 순으로 바뀌었다. 2018~2020년 기준 미국 국제 협력 논문 가운데 중국과 협력은 15.51%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중국 국제 협력 논문 중 미국과 협력은 26.59%로 압도적 1위였다. 2위 영국(7.61%)의 세 배를 넘었다.


KISTI 관계자는 "국제 협력 논문이 국내 논문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이면엔 상호 협력의 급속한 증가가 있으며, 이런 글로벌 과학기술 지형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