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올렸다. 한국은행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4월 기준금리를 현행 1.50%로 인상했다. 지난 1월 기준금리를 1.25%로 올린 후 2월엔 금리를 동결했지만, 4월 들어 인상을 선택했다.
금리 인상을 결정한 배경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졌다는 점이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4%대를 돌파한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여파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나타내고, 올해 연간으로도 지난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물가 전망치가 높아지면서 연말 적정 기준금리 수준은 3.5%대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4분기까지 고물가 흐름이 우려되면서 당장의 통화정책 대응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짚었다.
여기에 5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금리 인상을 뒷받침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5% 급등하면서, 1981년 12월(8.9%)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ed가 다음달 회의에서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금통위 내부에선 금리 인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 회의와 비교해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다소 커졌으나 지난해 이후의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의 상방리스크는 더욱 증가했으며, 금융불균형 상황은 여전히 주의를 요하는 수준으로 판단돼, 앞으로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해가는 방향으로 기준금리를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차기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위해선 금리 인상이 필요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작년보다 4%가 넘어선 물가 관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관심은 한은 총재 공백에도 금통위에 부담요인"이라며 "4월에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짚었다.
최근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최근 5개월 동안 전년 같은 달 대비 3%대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10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물가가 더 크게 오를 잠재적 위험도 큰 만큼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5%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은이 5월에도 금리를 인상하고, 남은 4차례 금통위에서 연속 금리 결정이 내려진다는 시나리오다. 기준금리가 2.5%로 오른다면, 이는 201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미 채권시장에선 기준금리 2.5% 도달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8일 2.987%를 기록하면서, 2013년 12월12일(3.006%)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9%까지 뛰어오른 데에는 기준금리가 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