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중인 매장에 용변 흘린 노인 나무라지 않은 사장

입력 2022-04-14 00:39
수정 2022-04-14 00:40

한 70대 노인이 대형 마트에서 실수로 용변을 보면서 다니는 바람에 악취와 민폐를 끼쳤지만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용서한 매장 대표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영업 중인 매장에 똥을 싸고 갔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 A씨는 “300평 정도 되는 동네 마트에서 21년간 일하다 보니 별의별 손님도 보고 직원도 많이 봤다. 오늘은 너무 황당한 일을 겪어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점심을 먹고 매장에 돌아오니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길래 직원에게 물어보니 좀전에 어느 손님이 매장에 똥을 여기저기 싸놓고 가서 그런다고 하더라”며 “직원도 손님들도 있는데 매장에 똥을 싸고 간다는게 너무 황당하고 믿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략적 시간을 물어보고 CCTV를 돌려보니 70대 후반 정도 되는 어르신이 걸어가시는데 바지사이로 똥이 떨어지더라”며 “그걸 또 발로 차서 여기저기 흩뿌려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직원들도 똥 치우고 청소하느라 힘들었다고 하니 괜시리 미안하기도 했고, 화도 나고 짜증도 났는데 갑자기 얼마 전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A씨의 아버지는 “나이를 먹다보니 갑자기 용변이 마렵고 또 그걸 참기가 힘들어 바지에 똥을 싼 적도 있다”며 “병원을 찾아가니 의사가 ‘나이 먹으면 괄약근의 힘이 약해져 갑자기 용변을 지리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병이 아니라 약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A씨는 “이 말씀을 떠올리고 보니 화도 짜증도 사라지고 도리어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며 “직원들이 아직도 냄새가 나는거 같다며 투덜대서 ‘우리 매장 잘되라고 똥 싸고 간 거’라고 쿨하게 웃어 보였다”고 밝혔다.

결국 락스물에 대걸레를 빨아 직접 청소를 했다는 A씨는 “나도 나이 50이 넘어서며 여기저기 아프고 노안까지 와서 작은 글씨는 잘 보이지도 않다보니 다시 한 번 나이를 먹는다는 게 참 서글프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