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금리 급등으로 인해 올해 국내 기업의 이자비용이 역대 최대인 7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전년 대비 최소 8조원 이상 불어나는 것으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옥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연구원이 13일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비금융기업의 올해 이자비용은 66조8900억~72조6600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58조1200억원·추정치)보다 8조7700억~14조5600억원가량 늘어나는 금액이다. 이는 한은이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연 1.75~2.25% 수준까지 높인다는 가정에 따라 산출한 금액이다. 한은이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내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기업의 연간 이자비용은 2018년 49조7600억원에서 2019년 53조35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0.5%로 내린 2020년에는 53조3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한은이 물가 상승 부담으로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기 시작하면서 이자비용은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작년 말 차입금은 삼성전자(18조3900억원) 기아(9조6200억원)만 감소했을 뿐 SK하이닉스(19조1500억원) LG에너지솔루션(2조90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1조2900억원) 등 나머지 기업은 모두 전년 말 대비 증가했다. 금리가 오를 조짐을 보이자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채권시장에 ‘금리 발작’이 나타나면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이 추정치보다 더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1일 AA- 등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3.813%에 마감, 2012년 7월 5일(연 3.84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치솟는 이자비용은 기업 실적은 물론 투자 여력도 갉아먹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자비용이 72조6600억원까지 불어나면 기업의 올해 당기순이익이 14조5000억원(12.6%)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금리가 오르면 이자비용이 불어나는 한편 가계 소비가 움츠러드는 등 여러 경로를 타고 기업 실적을 갉아먹을 것”이라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 내는 한계기업은 벼랑 끝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