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일본 합작투자법인 JKJS(한일공동제련)가 절반가량 보유한 LS니꼬동제련 지분 대부분을 사들이기로 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LS니꼬동제련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는 데다 향후 기업공개 효과를 감안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S그룹은 JKJS가 보유한 LS니꼬동제련 지분 49.9% 가운데 4분의 3을 사모펀드(PEF)를 통해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수가 성사되면 LS그룹의 LS니꼬동제련 지분율은 기존 50.1%에서 신규 취득 지분 37.4%를 더해 87.5%로 올라간다. LS그룹이 자금을 투입할 PEF는 기존 LS니꼬동제련의 JKJS 지분 인수를 추진하던 JKL파트너스-VL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지분 전체 가격은 약 8000억원으로 알려졌다. LS그룹이 이 가운데 75%를 산다면 6000억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LS그룹이 이 같은 방침을 검토하는 것은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LS니꼬동제련의 기업가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구리를 전기분해해 순도를 높인 전기동을 판매한다. 구리 가격이 뛰면 제품 판매 가격과 제련 수수료가 같이 올라가 수익성이 좋아진다.
국내 전선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에서 전기동을 매입해 전선을 생산하는 업체가 적지 않아서다.LS니꼬동, 원자재값 급등 '수혜'
그룹 내부서 "지배력 더 높여야"LS그룹이 LS니꼬동제련의 일본 지분 매입에 뒤늦게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JKJS 컨소시엄의 주축인 JX금속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지분 매각 의사를 타진했을 때만 해도 해당 지분의 인수 주체는 국내 사모펀드(PEF)인 JKL파트너스-VL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LS그룹 내부에서 ‘알짜 회사’인 LS니꼬동제련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8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는 t당 1만352달러에 거래됐다. 전 세계 광산이 록다운(전면 봉쇄)을 반복하면서 1년 새 구리 가격이 18%가량 뛰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설비 투자가 확대된 것도 구리 가격 인상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도 구리 가격 급등에 한몫했다.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전력요금이 오르자 유럽 제련소들이 가동률을 낮췄다.
LS니꼬동제련의 매출도 구리 가격 인상에 힘입어 2019년 7조8750억원에서 지난해 10조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리 가격 인상은 관계사인 LS전선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전선 업체는 공급 계약을 할 때 원재료 가격에 맞춰 판매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조건을 거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에서는 LS그룹이 LS니꼬동제련 지분을 확대하면 그룹의 경영전략을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지분 인수로 LS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현재 LS니꼬동제련의 사내이사진 9명 가운데 4명이 일본 주주다. 원자재 가격의 꾸준한 상승으로 LS니꼬동제련의 기업 가치가 계속해서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LS니꼬동제련은 1999년 LG금속과 JX금속이 주축이 된 JKJS 컨소시엄이 합자해 설립됐다. 2005년 LG전선그룹이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에도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JX금속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일환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신영/김채연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