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검수완박'을 비판하는 4가지 이유

입력 2022-04-13 17:24
수정 2022-04-14 07:27
더불어민주당이 많은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이달 중 완료하기로 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제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정하자 국민의힘은 총력 저지를 공언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위헌론 제기와 함께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며 ‘필사즉생’을 외치고, 여당에 우호적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까지 제동을 걸고 있다. 여당이 명분도 없고,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온갖 부작용이 예상되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초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6대 중대범죄(부정부패·경제·공직자·대형 참사·방위사업·선거) 이외의 수사는 경찰로 넘어갔고, 검찰은 보완수사 요청과 기소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여당은 1년 만에 검찰의 6대 중대범죄 수사마저 없애겠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착도 하기 전에 형사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사안을 군사작전하듯 추진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여당이 문재인 정권 임기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1) 다음 정부로 넘어가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한 만큼 이 정부 임기 전 끝내겠다는 것으로 다수당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검수완박의 문제점도 한둘이 아니다. 물론 검찰도 수사권 남용 등으로 개혁 대상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여당은 적어도 야당을 설득하고 국민 공감을 얻는 절차를 거치는 게 당연하다. 국회법엔 제정법 또는 법 전부 개정안은 공청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나 여당은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여당이 형사소송법 등을 고쳐 완성하겠다는 검수완박은 범죄수사 근간을 뒤집겠다는 것으로, 전부 개정과 맞먹는다는 게 법조계의 주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검수완박은 형사사법 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중대 사안으로 형사사법 전반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2) 수사권을 어디로 넘길지도 정하지 않고 법부터 처리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법안 처리 뒤 3개월 유예기간을 두겠다고 하나 중대한 법을 이렇게 허술하게 다뤄도 되는지 어이없다. 여당엔 경찰이 맡는 방안,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넘기는 방안 등이 혼재돼 있다. 대안은 접어두고 검찰 수사권부터 삭제해놓고 보자는 목소리도 나오는 등 중구난방이다. 이렇게 되면 진행 중인 대장동 등 정권 관련 검찰 수사들이 올스톱할 수 있다. 이러니 여권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두려워 검수완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3) 경찰이 수사를 떠안을 경우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검찰의 지난해 1분기 보완수사 요구에 경찰이 지금까지 침묵으로 대응한 사건이 3800건이 넘는다. 비대해지는 경찰을 어떻게 견제하는지에 대한 방안도 없다. 여당은 한국판 FBI라며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추진하는데, 같은 명목으로 만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또 뭔가. 검찰 수사권 배제가 세계적 추세라고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7개국이 검사의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전제부터 틀렸다.

(4)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위헌 소송이 이어지는 등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마지막 임무라 생각하고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본인이 떳떳할수록 특히 그렇다. 그전에 문 대통령의 사려 깊은 만류와 설득을 기대해본다. 과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견제하기 위해 동원한 숱한 무리수가 완전히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